아테네의 노숙인들 (EPA)
유럽중앙은행(ECB)의 긴급유동성지원(ELA) 한도 증액으로 빈사 상태이던 그리스 경제에 조금씩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지만, 그리스 사람들은 또다시 시작될 혹독한 긴축 탓에 시름이 깊어졌다.
17일(현지시간) AFP통신은 최근 몇 년간의 경제위기와 긴축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집도, 일자리도 잃고 거리로 내몰린 아테네 노숙인들의 절망적인 상황을 전했다.
일감이 씨가 마르면서 6개월 전부터 노숙을 시작한 45살의 건설 노동자 안드레아스는 "그리스는 절대 죽지 않겠지만 그리스 사람들은 죽게될 것이다. 그게 바로 지금 그리스 상황"이라며 씁쓸하게 말했다.
3년째 거리에서 살고 있는 43세의 가죽 관련 노동자 미칼리스도 "집도 없고, 화장실도 없고, 삶도 없다"며 20세기 그리스 시인 세페리스의 시집 ‘고독’을 비롯한 몇 가지 물건만이 전부인 가방을 열어보였다.
그리스에서는 지난 5년 간의 긴축으로 실업률이 26%로 상승하고, 특히 청년 실업률이 거의 50%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이들처럼 갑작스럽게 거리로 내몰린 사람들이 늘어났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그리스 빈곤율은 2013년 기준 44% 수준으로 지난 2008년 이후 2배 가량 증가했다.
최근 그리스가 추가 구제금융을 대가로 더 혹독한 긴축안에 합의하면서 노숙인과 빈민들도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 빈곤의 터널 속에 갇히게 됐다.
빈민 지원단체에서 일하는 야니스 콘도지아나키스는 "새로운 합의안으로 빈민들의 삶이 더 악화할 것"이라며 "정부가 이를 위해 무언가 특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일하는 단체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과 의료, 세탁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과거에는 찾아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외국에서 온 난민이었다면 지금은 그리스인들이 40∼5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이 이런 지경에 처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평범한 서민들이 한순간에 빈곤의 나락으로 떨더진 것이다.
시내 무료급식소에 있던 62살 여성 포테이니 키줄리는 "경제위기가 절대로 나에게는 닥치지 않을 것이라는 망상 속에 살았다"며 "사실 내 이웃에게 닥친 일은 다음에 나에게도 닥치는 것이 당연하다"고 자조했다.
무료급식소를 전전해야 하는 현재의 삶보다도 이들이 더 견디기 힘든 것은 막막한 미래다.
안드레아스는 "아직까지 위기의 결말을 보지 못했다. 여전히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불투명한 앞날을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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