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공자 김금용씨 한국전쟁 65주년 맞아 참상 더듬어
연세대 재학중 자원 입대해 소대장으로 전장 누벼
한국전 참전 국가유공자인 김금용(85, 아번)씨는 6∙25가 발발한 6월만 되면 청춘을 펼쳐보지 못하고 저승으로 떠난 자신의 부하들 생각에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김씨는 “올해는 6ㆍ25 발발 65주년이지만 지금도 전쟁의 후유증으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기성세대는 김일성이 이끈 북한 공산당이 남한을 적화 통일시키기 위해 남침한 6ㆍ25의 진실을 후손들에게 반드시 알려줘야 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다”며 “한국인이라면 설사 미국에 살고 있더라도 이를 결코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공부를 잘했던 김씨는 연세대 2학년 재학 때인 1950년 6ㆍ25전쟁이 발발하자 국가를 구하기 위해 과감하게 학업을 중단하고 같은 해 12월 육군 장교로 자원입대했다. 3개월간 훈련을 마친 후 소대장으로 임명받고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으로 나섰다.
남과 북이 밀고 밀리는 치열한 전쟁과정에서 지리산 공비토벌 작전과 한국전쟁 사의 유명한 향로봉과 백석산 전투 등 수많은 전장을 누비면서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했다.
김씨는 강원도 인제 북방에 위치한 1031고지 전투의 참혹상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그는 “장마철 고지탈환을 위해 뺏고 빼앗기기를 수 차례 반복하는데 보급품은 끊어졌고,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산에서 흘러내리는 빗물로 허기를 채우며 전투를 해야만 했다”며 “총에 맞은 전우가 쓰러져 숨져있어도 시신수습은커녕 이를 밟고 넘어서며 적과 싸워야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북한군의 잔인함도 경험했다. 하루는 고지를 점령하고 참호를 순찰하는데 장교를 포함한 북한군 5명이 쇠사슬에 묶인 채로 숨져 있었다.
김씨는 “우리 아군의 공격에 후퇴를 못하게 하기 위해 북한군이 장병들을 서로 묶어 인간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극악무도한 만행을 저질렀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쟁 당시 2년간 소대장으로 전장을 누빈 김씨는 육군항공대 창설요원으로 차출돼 L-19 조종사로 복무했다. 관측비행을 통해 적의 위치를 파악한 뒤 아군 포병에게 정확하게 위치를 알려 정밀 타격을 하도록 하는 임무였다. 관측비행 중 북한군의 대공포 공격을 받아 엔진이 멈추고 오일이 내뿜는 비상상황에서 노련한 기술로 활공비행을 통해 춘천비행장에 안착하는 위기의 순간을 넘기기도 했다. 이 같은 공로로 그는 금성 및 은성 화랑무공훈장 및 미군사령관 항공훈장을 받았다.
정전 후인 1958년 대위로 군복을 벗은 그는 항공대학 조종관제학과 교수로 4년간 후진을 양성했으며 이후 한국 1호 민간 헬리콥터 파일럿으로 동아일보 항공운항국장을 지냈고 1977년 시애틀로 이민 와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김씨는 “6ㆍ25 전쟁은 ‘종전’이 아닌 ‘정전’으로 여전히 끝나지 않은 전쟁”이라며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건에서도 보듯 한국전쟁은 현재도 그대로 진행형임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당초 이달 한국을 찾아 옛 전우들이 잠들어 있는 국립 현충원을 참배할 계획이었던 김씨는 메르스 영향으로 여행일정을 가을로 미뤘다. 그는 “한국을 방문하면 내가 죽은 뒤 전우들이 묻혀 있는 현충원에 안장해달라는 청원서를 국가보훈처에 제출할 생각”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성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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