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팩을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소년범 교도소에 3년 간 재판도 없이 갇혀 있으면서,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했던 미국의 흑인 청년이 출소 후 끝내 죽음을 택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은 9일 지난해 미국의 ‘고장난 사법시스템’을 웅변적으로 보여줬던 22세 청년 칼리프 브라우더의 자살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뉴욕 브롱크스에 거주하는 브라우더는 16살 때인 2010년 백팩을 훔쳤다는 혐의로 체포돼 악명 높은 소년범 감옥인 뉴욕 ‘라이커스 교도소’에 수감됐다.
그는 결백을 주장했지만, 한 번도 재판을 받지 못했다. 교도소 3년은 그저 재판을 기다리는 시간일 뿐이었다.
가난한 가족은 보석금 3천 달러를 내주지 못했다.
그는 3년 중 2년을 독방에 갇혀 있었다. 4번 자살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그는 이곳에서 교도관들과 다른 소년범들로부터 반복적으로 구타도 당했다고 증언했다. 그에 대한 집단구타 장면은 지난해 인터넷 동영상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검찰이 그에게 ‘사전형량조정(유죄를 인정하는 대신 형량을 줄이거나 조정하는 제도)를 제의했지만 그는 결백을 주장하며 거절했다.
검찰이 2013년 공소를 기각하면서 그는 풀려났다.
그러나 브라우더가 이후 정상 생활로 복귀하는 과정은 험난했다.
독방 수감으로 심해진 피해망상과 불안증으로 그는 계속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이런 사연이 언론보도로 알려지면서 커뮤니티대학으로 진학한 그에게 등록금 후원자가 나타났고, 그는 한동안 정상적인 대학 생활을 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를 취재했던 ‘뉴요커’지의 기자는 그가 출소 직후 자신의 침실에서 나오지 않는 등 스스로 독방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었다며 "많은 사람에 둘러싸여 있는 것을 몹시 불편해 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TV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며 이를 던져버리는가 하면, 창문이 잠겨 있는 것을 확인하고 다녔고, 경찰이 자신을 따라다니고 있다고 말하는 등 극심한 피해망상에 시달렸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그는 지난 6일 그는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날 밤 어머니에게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다"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소년범 교도소에 대한 개혁작업이 진행중임을 강조하면서 "너무 고통스럽다.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대선주자인 랜드 폴 상원의원은 "그는 ‘다른 아메리카’에 살고 있었다"며 죽음을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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