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통스러운 생명 연장보다 평화로운 죽음 선택”
▶ “가족이 겪을 고통과 기적을 외면해선 안 된다”
[이슈 - ‘죽을 권리’ 인정 논란]
캘리포니아주 의회에서 존엄사를 인정하는 법안이 추진되면서 지난 20여년간 논쟁이 벌어져 온 ‘죽을 권리’가 다시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 상원에서 관련 법안이 지난 4일 통과돼 주 하원으로 회부된 가운데 ‘변화한 시대상을 반영해 인간다운 죽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과 ‘누구도 타인의 생명을 임의대로 거둘 수 없다’는 찬반입장이 격돌하고 있다..
▶브리타니 메이나드와 존엄사
주 상원 민주당의 빌 모닝·로이스 워크 두 의원은 지난 2월 2명 이상의 의사로부터 6개월 이상 생존할 수 없다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성인의 경우 ‘존엄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생명마감 선택법안’(End of Life Options Act·SB128)을 공동 발의했다.
이들 의원은 지난해 말기 뇌종양 판정을 받은 가주민 브리트니 메이나드(29)가 존엄사를 위해 오리건주로 이주한 뒤 같은 해 11월1일 존엄사를 선택한 사연을 언급했다. 메이나드는 죽기 전 유튜브에 자신의 사연을 알리며 “가주민이 존엄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법안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로이스 워크 의원은 자신의 어머니가 암에 걸려 고통스러운 항암치료 끝에 숨을 거둔 일화를 소개하며 법안 통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 법안은 가주민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다루는 내용”이라며 “고통스러운 생명연장보다 자신이 평화로운 죽음을 선택하도록 돕는 것은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성적 판단과 약물처방
존엄사 법안 SB128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개인이 죽음을 원할 경우 약물처방을 허용해 주는 존엄사 인정을 골자로 한다. 단 존엄사 허용은 엄격한 제한을 둔다.
우선 존엄사는 의사 두 명이 6개월 이상 생존할 수 없다는 진단을 내린 ‘시한부 환자’만 대상이다. 이 환자는 이성적 판단이 가능하고 스스로 약물을 투여해야 한다. 존엄사 선택과정에서 15일 이내에 증인 2명이 보는 앞에서 의사에게 존엄사를 두 번 요구해야 한다. 존엄사를 선택하더라도 결정은 번복할 수 있다.
존엄사 법안이 주 상원을 통과했지만 주 하원과 제리 브라운 주지사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4일 상원에서도 표결에 앞서 두 시간동안 찬반논쟁이 격하게 벌어졌다. 당장 가톨릭 등 종교단체, 의사협회 등도 반발하고 나섰다. 존엄사 반대론자들은 ‘도덕성 타락과 생명경시 풍조’를 우려하며 인간이 ‘생사여탈권’을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가주에서는 1988년과 1992년 두 차례에 걸쳐 안락사법을 주민투표에 부쳤으나 모두 부결됐다. 2007년에는 가톨릭교와 의사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법안 통과가 무산됐다.
▶한인사회도 찬반 가열
5일 주 의회 존엄사 법안 통과소식을 접한 한인들은 ‘만약에 나라면’이란 가정을 세우며 다양한 의견을 표현했다.
홍모(60대·여)씨는 “시한부 암환자 판정을 받고도 건강을 회복해서 잘 사는 분들을 주위에서 봤다. 의사의 도움을 받아 죽도록 하는 것은 너무 잔인하다”고 반대했다. 치과의사 정모(60대)씨는 “결국 인권문제이지만 시한부 환자가 가족에게 부담이 된다고 여기거나 가족과 관계가 좋지 않다면 죽음을 선택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며 존엄사법 통과 때 부작용을 우려했다.
반면 윤모(50대)씨는 “병을 얻어 마지막 순간에 고통 받는 분들은 너무 많이 봤다. 종교적 문제만 없다면 존엄사를 찬성한다”고 말했다. 한의사 이모(30대)씨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환자의 인권을 유린할 가능성도 높다. 본인 의사를 명확히 확인하고 충분한 절차를 거친다면 존엄사도 받아들일 만하다”고 말했다.
<김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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