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일 ‘우먼’
지난 밤
구겨진 호일의 천막처럼 쏟아지던 비
천둥은 요란하게 해안을 때리고
번개의 굽은 창은 나무들을 내리치던
그 비가
나무줄기를 타고 오르니
꽃잎처럼 밝고 부드러운 새 잎들이 자라나
열일곱 가지, 서로 다른 음영의 푸른빛을
태양을 향해 밀어 올리고
금잔화를 심는
내 손에 닿는 흙의 달콤함
호박벌들은
시큼한 벚꽃 속을
달의 조각처럼 날아다니고
껍질 매끄러운 나무 아래엔
바알간 튤립, 주워온 내 고양이는
수다 떠는 빨강 다람쥐들을, 마치
점심 밥상이라도 된다는 듯 바라보고 있네.
/ Marge Piecy (1936- ) ‘오월이 피어나’ 전문 (임혜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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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과 번개를 동반하며 내리던 비가 그치고 아침이 오면 만물은 한 송이 커다란 꽃처럼 푸른 지구의 정원에 피어난다. 햇살에 비추이는 잎들의 수많은 그늘빛깔들, 여인들은 뜨락마다 달콤한 흙의 가슴을 열어 꽃들을 심는다. 벌 나비 새삼스레 날아들어 윙윙거리는 벚꽃송이 속으로 어둠은 가고 빛이 열리는 환희. 길고양이와 다람쥐들의 긴장조차 푸름 속에 녹아드는 계절의 여왕 오월이 간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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