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리 국무, 알아사드 대통령과 협상 시사
▶ 기존 제거전략서 현실 인식 바탕깐 전환
‘적의 적은 동지’라는 논리인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세력을 확대중인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 (IS)에 국제 연대로 대응하려는 미국이 지난 5년간 축출을 시도해 온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알사드 정권과의 협상을 시사하고 나서 국제사회에 충격파를 던졌다.
존 케리(사진) 국무장관은 15일CBS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종국에는 협상을 해야 한다"며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협상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알아사드 대통령은 협상하기를 원하지 않았다"며 “우리가 할일은 그가 협상장에 나오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5년 전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이래 알아사드의 제거에 공을 들여온 미국의 대 시리아 정책에 중대한 변화가 일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뿐 아니다. 존 브레넌 중앙정보국(CIA) 국장 역시 지난 13일 뉴욕 미국외교협회(CFR) 연설에서 IS의 득세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알아사드 정권이 혼돈 속에 무너지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독재정권과 손을 잡아서라도 IS의 세력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는 논리다.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도 지난해10월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A4용지 2장 분량의 메모를 보내 알아사드 정권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좀 더 명확한 전략을 마련하지 않으면 IS 격퇴전이 실패로 끝날 수도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알아사드 정권 축출을 시리아 전략의 제1 목표로 고집하는 한 ‘발등의 불’인 IS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힘들다는 현실 인식을 바탕에 깐 주문이었다. 결국 알아사드 ‘제거’보다는 ‘협상’에 무게를 두어야한다는 지적이다.
케리 장관의 발언에 대해 국제사회는 강하게 반발했다.
메브류트 차부쇼울루 터키 외무장관은 16일 “국민 20만명 이상을 죽이고 화학무기를 사용한 정권과 협상할 수 있나, 지금까지 협상으로 얻어낸 결과는 무엇인가"라며 케리 장관을 비판했다. 차부쇼울루 장관은 알아사드 정권이 테러그룹의 주요지지자라며 문제의 해법보다 문제를 발생시키는 주체라고 주장했다.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무장관도 알아사드는 사태 해결책으로 협상할 상대가 아니라는 점은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영국 외무부도 전날 성명에서 “영국 외무장관이 지난주에 밝힌 것처럼 알아사드 정권이 자신들의 위치를 재검토하기 전까지 대한 제재 압박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케리 장관의 발언이 논란에 휩싸이자 국무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미국정부가 알아사드 대통령과 협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마리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은 케리 장관의 발언이 명확하게 알아사드 대통령을 언급한 것은 아니라며 “알아사드와 같은 독재자에게 더는 미래가 없다는 우리의 방침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시리아의 미래는 스스로 결정할 것이라며 존 케리 국무장관의 ‘알아사드와 협상’ 발언을 반박했다.
시리아 국영 TV는 16일 알아사드가 이란 방송과 인터뷰에서 “시리아의 미래와 관련한 회담은 시리아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알아사드는 “국제사회의 진정한 변화는 테러리스트에 군수 지원과 정치적 지원을 중단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아사드는 반군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서방이 이들을 지원한다고 비난했으며, 시리아 사태는 정통성이 있는 시리아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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