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딴 섬, 생명줄 같던 분들인데 마음 아파"
13일 오후 전남 신안군 가거도 인근 해상에서 해경 B-511 팬더헬기가 추락해 탑승자 4명의 생사가 불투명하다. 사진은 추락 직후 조명탄을 쏘며 수색작업을 벌이는 모습.
맹장염에 걸린 섬마을 7살 아이를 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짙은 안개를 뚫고 출동하던 해경 응급헬기가 추락, 1명이 숨지고 나머지 대원들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으면서 주민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13일 오후 7시13분 목포 해양경비안전서 상황실에 전남 신안군 가거도의 보건진료소장의 전화가 걸려왔다.
보건소장은 해경에 "맹장염 증세를 보이는 아이의 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며 응급헬기를 요청했다. 이날 저녁 시간대 배가 아프다며 보건진료소를 찾은 임모(7)군이 약 처방에도 통증이 계속 악화된 것이다.
앞서 오후 7시께 전남도소방본부에 요청한 구급헬기는 바다에 낀 짙은 안개 때문에 출동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해무(海霧) 때문에 시야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해경은 오후 7시24분께 B-511 헬기를 가거도로 출발시켰다. 최승호(52) 경위와 백동흠(46) 경위가 조종대를 잡았고 응급구조사 장용훈(29) 순경과 정비사 박근수(29) 경장이 함께 탔다.
평소보다 20분이 더 걸려 가거도에 도착한 헬기는 오후 8시27분께 갑자기 바다로 추락했다. 오후 11시20분 현재까지 박 경장이 숨진 채 발견됐고 나머지 3명의 대원은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목포에서 뱃길로 233㎞, 직선거리로 145㎞ 떨어진 국토 최서남단. 야간 응급 환자가 발생했을 때 목포에서 배를 타고 4시간 반이나 걸리는 가거도와 육지를 연결해주는 해경 헬기의 추락 소식에 마을 주민들과 가거도 보건진료소 직원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 가거도에 24시간 응급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공중보건의사 2명과 간호사 2명이 배치된 것은 불과 3년전 일이었다. 이마저도 수술 등이 필요한 응급 환자의 치료는 불가능해 해경이나 소방본부에 응급헬기를 요청해야 하는 실정이다.
주민 문용신씨는 "우리에게 해경헬기는 생명줄과도 같았다"며 "위로의 말조차 건넬 수 없을 만큼 미안하고 아프다"고 전했다.
보건진료소 한 관계자는 "사고 소식에 주민들도 상당한 충격을 받은 상황"이라며 "응급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들을 위해 항상 고생하던 분들인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해경은 맹장염이 의심된 임군을 가거항에서 오후 11시15분께 해군 함문식함에 태우고 목포로 이송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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