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간 5일 아침 강연행사 도중 흉기 피습을 당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피를 많이 흘린 채 긴급히 행사장을 나와 병원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한반도 통일 및 한미관계 관련 행사에 강연 차 참석했다가 진보성향 문화단체의 대표로부터 흉기로 피습을 당해 부상을 입는 충격적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동맹국에 주재하는 미국대사가 사실상 테러를 당한 셈이어서 한미관계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경찰에 따르면 리퍼트 대사는 5일 오전 7시40분께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 범국민협의회(민화협·대표 홍사덕) 주최 조찬강연회에서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던 중 진보성향 문화운동 단체인 우리마당 대표를 맡고 있는 김기종(55)씨로부터 25㎝ 길이의 과도로 얼굴과 왼쪽 손목부위를 공격당했다.

이로 인해 리퍼트 대사는 얼굴 오른 뺨이 칼에 찔려 5㎝가량 자상을 입었고 손목에도 가벼운 자상을 입어 피를 많이 흘린 채 순찰차를 타고 인근 강북 삼성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응급 치료를 받은 뒤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다시 옮겨져 수술을 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리퍼트 대사 오른쪽 뒤 테이블에 앉아 있던 김씨가 갑자기 접근해 리퍼트 대사를 밀어 눕히고 흉기로 여러 차례 공격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현장에서 붙잡힐 당시 “오늘 테러했다. 우리마당 대표다. 유인물을 만들었다. 전쟁 훈련에 반대해서 만든 유인물이다”라고 주장했으며, 리퍼트 대사를 공격하기 전 모 교수에게 유인물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장에서 김씨를 체포했으며, 사건의 진상은 물론 배후세력까지 엄중하게 조사하고 미국 관련시설뿐 아니라 주한 외교사절, 공관저 시설과 요인에 대한 신병보호를 강화하기로 했다.

민화협은 통일문제에 대한 국민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1998년 9월3일 진보·보수·중도가 함께 모여 결성한 시민단체로, 이날 행사는 민화협이 리퍼트 대사를 초청해 ‘한반도 평화와 통일, 그리고 한·미관계 발전방향’을 주제로 강연을 듣는 조찬행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