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F 이사회서 가슴 아픈 한인 이웃들 사연에 눈시울
“사랑 실천 기탁자들께 감사”
‘아메리칸 드림’을 희구하며 1990년 30대 나이에 시애틀로 이민 왔던 한인 S(59)씨가 미국 땅을 밟으면서 직면한 첫 번째 문제는 영어였다.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아 그가 할 수 있었던 일은 막노동이었고, 20년 넘게 근근이 살아오다 지난해 후두암 진단을 받았고, 최저임금을 받으며 여러 한인업소를 전전하던 부인도 척추 장애판정을 받아 결국 딸 집에 얹혀사는 신세로 전락했다.
키모 치료를 받기 전 상한 치아를 모두 뽑아 죽이나 국만 먹을 수밖에 없어 몸이 야위어 산 송장이나 다름없게 됐다. 딸이 조만간 결혼하게 돼 딸 집에서 나와야 할 처지가 된 그는 정부 아파트를 신청해뒀지만 당장 아파트 렌트와 식료품비도 없는 상태다.
자녀 교육을 위해 7년 전 E-2로 시애틀에 이민 온 K(53)씨는 곧바로 불어 닥친 불황으로 세탁소가 적자를 냈지만 E-2 비자 갱신을 위해 한국에 있는 친척들의 도움을 받으며 버티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당뇨병까지 앓게 됐다.
건강보험이 없어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 그는 병세가 악화돼 일도 못하고 결국 세탁소 문을 닫았다. 스스로 불법체류자가 되기로 했지만 살아갈 일이 막막하기만 하다. P(56)씨는 이민 후 가정 및 경제적 파탄에다 병까지 얻어 차에서 잠을 자고 있는 홈리스로 전락한 케이스이다.
지난 20일 시애틀 다운타운 신라식당에서 열린 본보 불우이웃돕기 성금(KEFㆍKorean Emergency Fund) 결산 이사회 참석한 이사진과 수혜자 신청 기관 관계자들은 신청자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을 읽어가며 모두 눈시울을 적셨다.
이날 모임에는 5명의 이사진과 전문기관으로 수혜 신청서를 위탁 접수한 대한부인회(KWA)의 김경숙 이사장ㆍ신도형 한인사회봉사위원장ㆍ이인선씨, 한인생활상담소 김길수 이사, 아시안상담소(ACRS) 김인숙씨 등이 참석했다.
KEF 이사와 기관 대표자들은 “주변에 어려운 동포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처럼 절박한 사연을 가진 이웃들이 많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프다”면서 “그들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줄 수는 없지만 그들에게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는 따뜻한 격려를 줄 수 있게 돼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올 시즌 성금이 29년 캠페인 역사상 가장 많은 6만5,700달러를 넘어선 것에 대해 시애틀을 포함해 서북미 한인사회가 한 단계 성숙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캠페인 출발부터 참여했던 박귀희 이사는 “이처럼 많은 성금이 모인 것은 정부에 비영리자선단체로 등록된 ‘한인 비상기금’을 통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캠페인이 이뤄지고 있는 것에 대해 한인사회가 신뢰를 보내준 결과”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올해 이사회에 취임 후 처음 참석한 대한부인회 김경숙 이사장과 신도형 위원장, 생활상담소 김길수 이사는 “미국이 풍부한 나라지만 사회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한인분들이 이처럼 많다는 것을 알았고, 한국일보 불우이웃돕기 캠페인이 30년 가까이 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왔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황양준기자 june66@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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