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신마비 아내 18년간 간호하며 투쟁… 끝 못보고 췌장암에 쓸어져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부인을 18년 간 돌보며 거대 기업 도요타와 법정싸움을 해온 최형철씨와 부인 최혜연씨. <뉴시스>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부인을 18년 간 돌보며 거대 기업 도요타와 법정싸움을 하던 한인 최형철씨(61)가 췌장암으로 타계, 미주 한인사회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최씨는 지난 1997년 부인 최혜연씨가 당시 둘째(5세)와 셋째(3세)를 태우고 운전한 도요타 코롤라 승용차가 의문의 전복 사고를 일으켜 전신마비가 된 이후 무려 18년 간 부인을 간호하며 차량 결함을 입증하기 위해 스스로 수많은 실험을 거듭하며 증거를 찾아 정부 보조로 살아가는 어려움 속에 이웃들이 모아준 성금으로 항소심까지 신청했다.
그러나 돌연 찾아온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지난 8일 그토록 아꼈던 아내와 3남매를 두고 영원히 길을 떠났다.
보스턴에 거주해온 그가 몸의 이상을 느낀 것은 지난해 9월 중순. 갑자기 황달 증세가 시작되고 몸무게가 급격히 줄어 정밀진단을 받은 그에게 병원은 췌장암 말기라는 청천벽력같은 진단을 내렸다. 거대 기업 도요타를 상대로 불가능이나 다름없는 싸움을 계속해온 이들 가족에게 시련이 파도처럼 끊이지 않고 닥쳐온 것이다.
18년전 사고 당시 천행으로 아이들은 멀쩡했지만 최혜연씨는 목 척수를 다쳐 사지마비가 되고 말았다. 구입한 지 1년밖에 안된 차량이 외부 충격없이 돌연 지그재그로 달리며 중심을 잃고 전복된 것은 중대한 차량의 결함을 의미했지만 수 년 간 아무런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일리노이 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딴 그는 직장을 휴직하고 수많은 실험을 하며 증거를 찾았고, 그러던 중 사고 후 11일 동안 견인장소에 보관했던 차량에서 의자를 고친 흔적 등 사고를 유발시킬 수 있는 두 개의 증거가 바뀌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2005년 재판에서 이러한 조작 문제는 제시되지 않은 채 패소했고 이후 직접 항소를 준비하며 최고의 로펌을 앞세운 글로벌 기업을 상대해왔다. 그러나 최씨는 포기하지 않았고, 끝없이 서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도요타측의 위증 사실을 발견, 지난해 7월 재심을 청구하는 서류를 제출했다.
그러나 너무 무리한 탓일까. 두 달 후 췌장암 진단을 받았고 이후 열린 청문회에서 독한 약성분으로 몽롱한 가운데 혼신의 힘을 다해 재판정에서 증언한 최형철씨의 말을 경청한 판사는 1년 이내에 재심을 다시 열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최씨는 재심을 진행해보지 못하고 결국 가족 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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