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프리랜서라는 직업군이 흔하지 않을 때, 왠지 멋져 보이고 자유스러워 보이는 프리랜서를 동경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프리랜서가 되어 일하다보니 한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이 없는 직업이 꼭 근사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한 일에 대한 대가를 나 스스로 책정하는 것이 일단 참으로 곤란하고 골치 아픈 일인데 어떤 객관적인 잣대가 없다보니 그 결정 자체가 어렵다. 물론 정규직일 때 받는 보수를 기준으로 삼아 더하기 빼기, 경력과 평판 등등을 고려하여 가늠해보기는 하지만 스스로의 능력을 과대평가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해서 조심스럽다.
한번은 마켓 상황과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다가 참으로 기가 막힌 글을 본적이 있다. 피카소가 벤치에 앉아있었다. 한 여인이 지나가다가 그림을 그리는 피카소 옆에 앉았다. 간단하게 자기를 좀 스케치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피카소는 연필로 슥슥 멋진 그림을 그렸다.
여인이 얼마냐고 묻자 피카소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말했다. 여인이 ‘겨우 몇 분 그린 것 가지고 그럴 수 있냐’고 따지니 피카소는 이렇게 말했다. ‘이 몇 분은 내 전 생애의 노력에 대한 값이요’ 라고.
이 기가 막힌 사례(사실이든 아니든)는 바로 프리랜서들이 자신의 일에 대한 값을 절하하려는 사람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가끔 ‘이거 간단한 건데 한번 봐주라’는 부탁을 받는다. 받아야 할 금액을 말하면 ‘그냥 좀 해달라’고도 한다. 그러면 ‘직접 하라’고 돌려보낸다.
다시 돌아오는 말은 ‘그래도 전문가의 느낌이 필요하다’이다. 좀 황당하다. 결국 ‘전문가의 느낌을 원하면서도 전문가 사용에 대한 값은 내고 싶지 않다’가 그 내면에 깔려있는 것이다.
어떤 프리랜서는 자신의 SNS에 절대로 공짜로 일 해주지 않는다고 올렸다. 무엇이든 대가를 치르지 않는 일은 하찮게 여기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니, 결코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도 무료강좌, 무료서비스...이런 것들은 그 순간 혹할 뿐 오래도록 가치있게 여기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반대로 비싼 값을 치르고 얻은 것들은 두고두고 소중히 여기고 간직하지 않나? 어쩌면 고가 정책이 가진 속성을 프리랜서의 세계에서도 적용해야하나 싶기도 하다. 프리랜서로 일한지 10년이 넘었다. 다시 직장생활을 풀타임으로 하게 되면, 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묻기도 한다. 자신감이 줄어든 것은 아닌데 지금의 자유를 접어야한다는 생각을 하면 걱정이 된다.
일 없는 날 조용히 앉아 쉬거나 원하는 공부를 하거나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는 자유, 좀 지루하다 싶을 때 일을 하면서 다시 에너지를 얻는 이 평화롭고 배부른 자유. 이건 어쩌면 10년 전, 내 인생계획표에서 일로 성공한 나의 모습을 조용히 지워버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성공한 인생이 행복한 것일까, 행복한 인생이 성공한 것일까를 고민하다 내린 결론이었다. 성공한 사람들, 친구들의 모습이 다시 크게 보이고 나 자신이 초라해 보인다 싶을 때마다 꺼내보는 생각이다. 프리랜서로 살아가기, 평화로운 자유의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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