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 해킹의 주체가 정말 북한인지를 놓고 의구심이 일고 있다. 소니가 제작한 영화 ‘인터뷰’의 포스터.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 해킹의 주체가 정말 북한인지를 놓고 의구심이 일고 있다. 미국 정부가 소니 해킹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하고 비례적 대응을 천명했지만 북한 소행이라는 뚜렷한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탈북자 출신인 주성하 기자는 최근 자기 블로그에 ‘왜 해킹만 터졌다면 북한의 소행인가’라는 글을 올려 “내 상식상 북한의 해킹 실력은 세계 2위니 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면서 “인터넷도 접속이 거의 불가능한 북한의 실력이 그 정도면 중국과 러시아 해커들이 슬퍼서 어쩐단 말인가”라고 말했다.
주 기자는 북한의 사이버전 능력이 과대평가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2012년 김정은의 지시로 전략사이버사령부를 창설해 전체 사이버 전력을 3000명에서 6,000명으로 늘렸다는 일각의 주장은 ‘뻥튀기’라고 했다.
“북한이 맘먹으면 1년 동안 해커 3000명을 영입할 수 있는 그런 엄청난 IT 인적자원을 소유했다고? 말도 안 된다. 해킹하려면 중국에 나와야 하는데 그럼 중국에서 북한 해커 수천 명이 활동한단 말인가? 이것도 말도 안 된다. 이런 거짓말을 내세우고 전제한 논리는 인정할 수 없다.”
주 기자는 “21세기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사람조차 간첩으로 주물럭주물럭 조작하다 걸린 것이 벌써 몇 번째인데 하물며 말 못하는 아이피를 북한제로 만드는 것 정도는 식은 죽 먹기 아닐까 싶다”면서 “이제는 간첩 사건 발표 나면 ‘이건 진짜일까. 소설을 쓴 것일까, 아니면 강아지를 황소로 만들었을까, 코끼리로 만들었을까’ 이런 생각부터 든다”고 말했다.
그는 “유우성 사건(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을 계기로 정신이 좀 들었겠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사람일 경우 해당되는 문제”라며 “말 못하는 아이피를 북한 것으로 몰아가는 것은, 우리가 북한군에게 전쟁 나면 진다고 하는 것과 똑같이 아무런 가책 없이, 혹은 진짜로 그렇게 믿고 관행처럼 발표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물론 북한에 해커가 없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존재한다. 일부 해킹은 북한이 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면서 “하지만 그 실체는 뭔가 일이 터지면 북한의 소행이라고 단정할 정도로 대단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주 기자만 소니 해킹의 배후가 북한이라는 주장을 반박하는 건 아니다. 해외 민간 보안 전문가들 역시 이 같은 주장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미국의 유력지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소니를 해킹한 자들이 볼리비아 폴란드 이탈리아 태국 등 세계 각지의 컴퓨터를 통해 공격했고 누구나 이 컴퓨터들에 자유로운 접근이 가능하단 점에서 북한을 지목할 뚜렷한 근거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소니 해킹에 쓰인 악성 소프트웨어에 한글 코드가 있다는 점은 북한에 책임을 덮어씌우려는 시도일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내부자 소행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해킹ㆍ보안 콘퍼런스 데프콘을 창립한 마크 로저스는 소니가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한 뒤 “열 받은 내부자의 소행이라고 보는 게 더 간단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폴 로젠츠바이크 전 미 국토안보부(DHS) 정책 부차관보는 “미국 정부가 그냥 ‘우리를 믿으라’고 말할 수 없는 시대”라며 “(소니 해킹의 배후가 북한이라면) 정부가 좀 더 결정적인 증거를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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