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인 소녀 2명 살해 혐의로 항소심 없이 집행…’인종차별적 재판’ 지적
미국 법원이 70년 전 살인죄 등으로 사형된 흑인 소년 사건에 대해 당시 재판의 절차상 문제를 들어 판결을 무효화했다고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등이 17일 보도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제14순회법원의 카르멘 멀린 판사는 1944년 두 백인 소녀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고 사형된 조지 스티니(당시 14세) 사건과 관련, "당시 기소 과정에서 정당한 법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문제의 사형 판결을 파기했다.
멀린 판사는 이날 발표한 29쪽 분량의 결정문에서 "당시 사건의 조사·재판 과정에서 스티니의 헌법적 권리를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가 여러 방면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판결 무효화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백인 남성만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하루 만에 사형을 결정했고 법원이 지명한 변호인은 거의 아무 역할을 하지 않았다"며 "피고인의 자백 역시 강압에 의한 것으로 보여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멀린 판사는 또한 당시 재판 과정에 대해 "이보다 더한 불공정을 상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단, 이번 무효화 결정은 곧바로 스티니가 무죄임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NYT는 덧붙였다.
스티니 사건은 1944년 3월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알콜루의 한 배수로에서 백인 소녀 베티 비니커(11)와 메리 탬스(7)가 살해된 채 발견된 데에서 시작됐다.
경찰은 전날 두 소녀와 함께 있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자 증언을 토대로 스티니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스티니는 소녀들을 성폭행하려다 살해했다고 자백했고 속전속결로 유죄를 선고받은 뒤 사건 발생 84일만에 전기의자에서 짧은 생을 마감했다.
스티니는 미국에서 20세기에 사형된 죄수 가운데 최연소로 기록됐다. 사형 집행 당시 스키니의 몸집이 전기의자 크기에 비해 너무 작아 책을 깔고 앉아야 할 정도였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스티니가 당시 부모나 변호사 입회 없이 조사를 받았고 뚜렷한 증거 없이 자백만으로 유죄판결을 받았으며 항소가 이뤄지지 않은 채 그대로 사형이 집행된 점 등 때문에 이 사건은 ‘인종차별적 재판’의 사례로 꾸준히 거론돼왔다.
반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검찰과 피살자 유족들은 이 사건이 당시 사법 체계 안에서 적절하게 처리됐다고 맞서왔다.
한편, 올해 미국에서 사형이 집행된 죄수는 17일 현재까지 모두 35명으로 1994년 31명을 기록한 이후 20년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AP통신이 사형 반대 비영리단체인 ‘사형정보센터’(DPIC)를 인용해 보도했다.
또 올해 사형선고를 받은 죄수는 모두 71명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1977년 미 대법원이 사형제를 부활한 이후인 현대적 사형 시대 들어 가장 적은 수치라고 AP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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