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려운 가정형편에 큰 집에 맡겨졌다가 여러 곳 전전
40년전 가족 동의없이 친척에 의해 강제 입양됐던 이정미(왼쪽)씨가 16일 오전 서울 무교동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어머니 최숙자씨를 만나 얼싸안고 상봉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모녀의 40년만의 상봉은 초록우산어린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의 가족찾기 프로그램을 통한 경찰의 유전자 감식을 통해 성사됐다. 이날 어머니와 상봉한 이정미씨는 가족의 경제적 사정으로 둘째 언니와 친척집으로 보내졌지만, 친척의 사정으로 다른 가정에 입양 돼 성장했다. 2014.12.16
그리운 어머니를 40년 만에 만나는 딸에게는 ‘어머니’라는 한마디를 입 밖으로 내는 일조차 힘겨웠다.
결국 다른 이들의 부름에 문을 열고 들어온 칠순의 어머니는 단번에 알아본 딸을 부둥켜안고 통곡했다. 기억 속 네 살짜리 딸은 어느새 한 아이의 엄마가 돼 있었다.
16일 서울 중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는 40년간 서로 애타게 찾던 모녀가 상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초록우산에 따르면 이정미(44·여)씨는 네 살이던 1974년 언니 정옥(당시 여덟 살)씨와 함께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경기도에 있는 큰아버지 댁에 맡겨졌다.
어머니는 "생활이 여의치 않으니 잠깐만 맡아달라. 사정이 나아지면 데리러오겠다"며 눈에 밟히는 두 딸을 두고 떠났다.
그러나 경제적 상황이 나빠지면서 두 조카를 키울 수 없는 형편이 된 큰아버지는 결국 정미씨를 서울의 한 가정에 수양딸로 보내기로 했다.
어린 마음에 동생이 조금이라도 나은 생활을 하길 바랐던 정옥씨는 기쁜 마음으로 떠나보냈다. 이것이 40년의 생이별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동생이 떠나고 얼마 뒤 다른 친척집에 보내진 언니 정옥씨는 열여섯 살이 되던 해 어머니와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수양딸로 들어간 집에서 버림받아 또다시 다른 집으로 보내진 정미씨의 행방은 알 도리가 없었다.
그 무렵 정미씨는 전라도 구례에 있는 한 노부부의 집으로 보내져 양녀가 됐다. 양부모는 정미씨를 ‘윤정미’라는 이름으로 호적에 올리고 학교에도 보냈다.
정미씨는 처음에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가족을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정미씨의 친척이 "너와 정말 닮은 사람이 애타게 동생을 찾고 있다"며 언니일지 모르니 유전자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재검까지 했지만 결과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정미씨는 가족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진짜 언니와 어머니가 자신을 애타게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너무 어릴 때 가족과 헤어져 남은 기억이 거의 없는 정미씨는 경찰의 도움을 받아 유전자 등록을 했다.
어머니와 정옥씨 역시 오래전부터 정미씨를 찾으려고 지역신문에 광고를 내고 실종가족 찾기 방송에 출연하는 등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결국 어머니는 최후의 수단으로 지난 10월 어린이재단과 경찰의 안내로 유전자 등록을 했다.
그리고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정미씨와 어머니의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것이었다. 모녀는 마침내 40년 만에 서로를 품에 안았다.
정미씨는 어머니를 부둥켜안고 우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어머니는 정미씨의 얼굴을 매만지며 "아이고 내 새끼. 엄마가 미안하다. 이게 꿈이냐 생시냐"라고 부르짖다 잠시 실신하기도 했다.
정미씨는 "어머니가 어떤 모습일까, 나랑 닮았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밤을 지샜다"며 "버림받았다고 오해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했다.
어머니와 언니 정옥씨는 "이렇게 찾아주셔서 감사하다. 은혜를 잊지 않겠다"라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이제훈 초록우산 회장은 "정미씨의 경우처럼 10년 이상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장기실종 가족이 150세대가 넘는다"며 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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