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고 환경 조성이 역설적으로 발생통계치 높인다는 주장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지시로 출범한 백악관 태스크포스(TF)의 대학 성폭력 근절대책 발표와 관련, 55개 대학이 캠퍼스 성폭행 사안 처리에 대해 연방정부의 조사를 받게 됐다. 사진은 지난 2009년 4월 미시간주 앤아버소재 미시간대 석사학위 수여식후 모습으로, 2009년 당시 미식축구 선수 브렌던 기번스의 성추행 사건을 다룬 이 대학도 조사대상 리스트에 올랐다.
미국 대학 가운데 성폭력이 가장 만연한 곳은 어디일까.
또 이들 대학에서는 실제 성폭력이 다른 대학보다 많이 일어나는 것일까, 아니면 신고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일까.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각 대학의 성폭력 범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워싱턴DC에 있는 청각 장애인 학교인 갤로뎃대의 성폭력 발생 건수가 2012년 기준 학생 1천 명당 11.39건으로 가장 많았다고 29일 보도했다.
미국은 1990년 제정된 연방 ‘클러리법’(Clery Act)에 따라 각 대학에 성폭력 등의 범죄 통계를 매년 정확히 기록해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성폭력 범죄 발생률 2위는 그린넬대(아이오와)로 1천명당 10.75건이었다.
이어 리드대(오리건·9.62건), 앰허스트대(매사추세츠·9.36건), 햄프셔대(매사추세츠·8.9건), 스와스모어대(펜실베이니아·7.73건), 코네티컷대(코네티컷·6.21건), 웨스트민스터대(미주리·5.49건), 랜돌프-메이컨대(버지니아·5.34건), 위튼버그대(오하이오·5.28건) 등의 순이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성폭력 범죄가 빈발하는 대학이 소규모이거나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리버럴 아츠 칼리지’(인문 계통의 학부 중심 대학)인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피해 학생들이 학교 당국에 자신의 피해 사실을 거리낌 없이 신고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학교 측이 이를 적절하게 처리하는 절차나 체계 등을 갖춘 곳이 역설적으로 성폭력 건수가 많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폭력 범죄율 1위인 갤로뎃대의 에밀리 셔는 "수화를 하는 우리 학생들은 피해를 당했을 때 병원에 가기보다 자기 말을 이해하는 학교 당국자를 찾아간다"고 주장했다.
리버럴 아츠 칼리지인 리드대 학생들도 학교 당국에 성폭력 대책 개선을 요구하면서 최근 신고 건수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뒷받침하듯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성폭력 보고 건수가 증가한 대학을 분석했더니 상위권에 포진한 대학이 성폭력 범죄율이 높은 대학과 거의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리드대는 2007년 학생 1천 명당 2.0건이던 것이 2012년 9.6건으로 7.6건이나 늘어난 것을 비롯해 갤로뎃대(3.4→10.1건), 햄프셔대(0.7→6.8건), 그린넬대(1.2→7.2건), 앰허스트대(3.7→8.5건) 등의 순으로 증가 폭이 컸다.
레이너드 킹턴 그린넬대 총장은 "이는 피해자가 신고할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등 우리가 잘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펜스테이트)의 경우도 이 범주에 속한다.
이 대학의 성폭력 건수는 2007∼2008년 17건에서 2011∼2012년 80건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는 이 대학 미식축구 감독이었던 제리 샌더스키의 성추행 스캔들이 사회문제화하면서 캠퍼스 내 성폭력에 대한 의식이 바뀌었고, 일부 과거 피해 사례까지 신고했기 때문이라고 학교 관계자는 강조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달 말 대학 캠퍼스에 만연한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전쟁을 선포하고 유명 배우와 스포츠 스타 등을 총동원해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It’s On Us)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캠퍼스 성폭력은 더는 미국이 외면할 문제가 아니고 젊은 딸을 둔 부모들만 걱정할 문제도 아니다"며 "우리 모두의 문제이고, 특히 아들을 둔 부모들이 여성을 존중하도록 자식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미국의 여대생 5명 중 1명이 각종 성적인 폭력에 시달리고 있지만, 이들 피해자가 이를 대학 등의 당국에 신고하는 비율은 12%에 불과하고 가해자도 극히 일부만 처벌을 받는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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