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주의자라는 낙인
그룹사진을 보고 “나는 어디에 있지?”라며 가장 먼저 나를 찾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그런데, 사회는 그런 자기 중심적인 본능대로 살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국가가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물어 보라”고 케네디가 요구했던 것처럼, 국가를 위한 하나의 부속품으로 개인을 존속시키려는 노력이 세계 각처에서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 못지않게 학교ㆍ종교기관ㆍ자선단체는 항상 남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라고 외치며 이기주의자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주입시키고 있다.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개인이 희생하라는 가르침, 알고 보면 소수의 무리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대중을 예속시키는 교묘한 방법이다. 이에 역행하여, 자신을 우선시하는 행동을 하면 죄책감을 느끼게 만든다.
인간의 본능에 따라 자기중심적으로 사는 것이 자연스런 일이지만 이기주의자라는 낙인이 찍힐까 두려워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고, 내키지 않는 호의도 베풀고,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긴다.
고등학교에 재학중인M양은 친구로부터 하루에도 수백 개씩 날라오는 문자, SAT시험이 내일인데 오늘 영화구경을 같이 가자는 간청을 뿌리치지 못해 자신의 성적은 곤두박질 당하고, 정신적으로 시달린 끝에, 결국 우정을 증오라는 감정의 계곡에 버렸다.
그런 손실과 마음의 상처를 겪게 된 이유는 다름아닌 친구의 환심을 사려고 자기중심적인 본능을 억누르고 자신의 삶을 그들이 점령ㆍ조정하도록 내준 것에 있다.
M양과 비슷한 학생이 박현욱의 소설 <새는>에 등장한다. 은호는 신문배달을 해야 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대학진학준비를 하는 학생이다. 틈틈이 기타도 배우고, 카뮈의 소설도 읽으며 노력한 끝에 대학에 진학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자신이 사랑하는 여학생 은수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였다. 책을 읽어도 지혜를 얻기 위함이 아니요, 기타를 쳐도 음악을 즐기려는 목적이 아니라 오로지 은수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다. 심지어, 대학준비를 시작한 것도“지금은 대학을 먼저 생각할 때”라는 은수의 말이 떨어지고 나서다.
“옛사람은 자신을 위해 공부했는데 요즘 사람은 남을 위해 공부한다.”
2,000여전 쓰여진 논어에 등장하는 말이다. 여기서 자신을 위함이란 자아를 찾는 과정에서 배운 바를 성실하게 행동으로 옮긴다는 뜻이요, 남을 위함이란 배운 것을 말로만 하여 남의 인정을 받으려는 태도를 지칭한다.
자신을 위해 학문에 임하라는 공자 외에도 양주는“내 털 한가락을 뽑아 천하에 이익이 되더라도 나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라고 외침으로 이미 수 천년 전부터 개인주의 씨앗을 심었다. 그렇지만, 타인과의 관계를 중요시 여겨온 동양에서는 그런 자기중심의 삶을 탐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을 풍요롭게 만든 것은 지극히 자기 우선적으로 산 사람들이다. 따라서, 진정으로 사회에 공헌하기를 원하는 학생은 자기중심으로 사는 게 낫다. 물론, 그런 삶을 살아갈 때 타인이나 단체로부터 소외되는 고통이 따르기도 하고, 자신의 속에 칩거하는 죄책감, 자기혐오 등과 전투를 벌여야 하는 부담도 있다. 이미 세상에 던져진 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지만, 사회와 나라를 위해 수동적인 부품이 되라는 모순된 가르침에 대항할 수 있는 결정권은 개인에게 달렸다. 주변 모두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객관적이며 보편적인 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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