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권력 실세인 군복 차림의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왼쪽 두 번째)이 한국시간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 북한 측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건물을 나서고 있다. 황 총정치국장과 경호원 사이로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보이고 있다. <연합>

북한의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당 비서, 김양건 대남담당 비서 등 북측 고위 인사들이 한국시간 4일 오전 전격적으로 한국을 방문,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했다. 이처럼 김정은 휘하의 북한 실세들이 총출동해 방한 길에 나섬에 따라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남북관계에 물꼬가 트일지 주목되고 있다.

황병서, 최룡해는 북한의 김정은 체제를 이끌어가는 ‘쌍두마차’로 알려져 있어 관심이 집중됐고, 특히 황병서의 남한 방문은 그가 군에서 최고사령관인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뒤를 잇는 사실상의 ‘권력 2인자’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북한이 이들 고위급 인사들을 대거 남한에 보낸 것은 관계 개선의 메시지로 읽힐 수 있어 향후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마련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들은 이날 오전 9시 평양을 출발, 서해 직항로를 통해 오전 오전 9시52분께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날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군복 차림으로 등장했고, 양복 차림의 최룡해, 김양건 비서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배지를 달고 있었다.

한국 정부는 인천공항에 김남식 통일부 차관을 보내 북한 대표단을 영접했다. 황병서 일행은 이날 오전 인천의 한 호텔에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만나 환담하고, 점심에는 류 장관과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규현 국가안보실 제1차장 등 한국 측 관계자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의전상으로는 정식 회담이 아닌 ‘환담’과 ‘비공식 오찬’이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최고위급 접촉이 성사되는 셈이이서 남북관계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이 오갔는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전날 전격적으로 우리 측에 황병서 총정치국장을 비롯한 ‘고위 대표단’의 방문계획을 통보했고 우리 측은 이에 동의했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긴급 브리핑에서 “북한 선수단이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것에 이어서 고위급 대표단이 폐막식에 참석하는 것이 앞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긍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총정치국장 일행은 이날 북한 선수단을 격려하고 인천 아시안게임 폐회식에 참석한 뒤 한국시간 4일 오후 10시께 평양으로 돌아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