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방화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25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가 풀려난 이한탁(79)씨가 부인과 5년만에 해후했다.

이한탁씨는 지난 27일 임시로 머물고 있는 뉴욕 플러싱에서 부인 이모(75)씨, 여동생 이한경씨와 만나 앞으로의 생활계획 등을 논의했다. 부인 이씨는 암수술을 받는 등 지병을 앓고 있어 2009년 펜실베니아 교도소 면회 이후 남편을 만날 수 없었다.

보석석방 판결을 받고 자유의 몸이 된 이씨는 현재의 임시 거처를 떠나 빠른 시일 내에 뉴저지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부인 이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제가 암을 앓고 현재 회복 중인 단계라 함께 살기는 힘든 상황이지만 그래도 가족들이 함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결국 남편을 책임질 사람은 저이기 때문에 하루 빨리 뉴저지로 옮기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현재 이씨는 ‘이한탁 구명위원회’의 도움으로 플러싱의 한 아파트에 기거하고 있지만 당장 다음 달 렌트비를 마련해야 하는 것은 물론, 기본적인 생계비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씨는 28일 부인과 함께 뉴욕 한인봉사센터(KCS)를 찾아 웰페어 신청방법 등을 문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씨 부부는 이한탁 구명위원회를 비롯한 단체들이 성금모금을 준비 중인 것과 관련 “정중히 사양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부인 이씨는 “동포들의 돕고자 하는 마음은 고맙지만 부양할 가족들이 있는 상황에 굳이 성금을 모을 필요가 없다”며 “가족들이 뒷바라지 잘하고, 도우면서 모시면 된다”고 말했다.

이한탁씨 역시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고, 또 내 마음도 그렇고 모금은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가석방 상태인 이씨는 검찰이 재기소 여부를 결정짓는 12월6일까지 뉴욕과 뉴저지 펜실베니아주 안에서 머물러야 한다.

현재 건강검진을 받고 있는 이씨는 “생활엔 큰 불편함이 없다”면서 “(보석 석방된 이후) 한국음식을 많이 먹었다”며 웃어 보였다. 이씨는 또 공개적인 활동을 못하는 것과 관련 “완전히 석방되지 않았기 때문에 죄인이 아닌데도 나서지 못한다. 한인들과 만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답답하다. 이런 상황을 이해해 달라”고 부탁했다.


<함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