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추적/어른들 휴식처로 전락한 어린이 놀이터
11일 한인 노숙인 유모씨가 타인종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휴식을 취하고 있는 플러싱 메인스트릿 인근 놀이터로 들어가고 있다. 작은 사진은 어린이를 동반하지 않은 어른은 출입을 금한다는 표지판.
어린이 동반 없는 어른 출입금지 대부분 몰라
성희롱 등 노출 가능성 높지만 단속활동 없어
11일 오후 1시 퀸즈 플러싱 메인스트릿 인근의 한 놀이터 입구. 큰 가방을 맨 한인 노숙인 유모(84) 노인이 푸드스탬프로 구매한 점심꾸러미를 들고 놀이터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유 노인이 막 지나친 입구엔 “어린이를 동반하지 않은 어른들은 출입을 금합니다”라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놀이터 안에는 유씨처럼 갈 곳 없는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많았고 한 구석엔 50대로 보이는 남성이 벤치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그늘이 진 벤치마다 담소를 나누는 노인들이 빼곡했다. 그네가 있는 곳엔 젊은 남녀가 샌드위치를 먹고 있는 등 어린이 놀이터가 어른들로 가득했다.
‘어른 놀이터’가 심각한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뉴욕시 공원국은 시내 모든 놀이터에 12세 미만의 어린이를 동반하지 않은 어른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일반 공원과 붙어있는 놀이터 역시 놀이기구(Play equipment)가 마련된 구역에는 들어갈 수 없다는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어린이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다가는 경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지만 대다수 한인들조차 놀이터를 쉼터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본보가 메인스트릿과 바운스트릿, 머레이힐, 키세나팍 등 한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퀸즈 플러싱 일대 놀이터를 돌아본 결과, 이런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어른들의 출입을 막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키세나팍 놀이터를 제외하곤 모두 아이들의 숫자보단 어른들의 숫자가 확연히 많아 놀이터가 어른들의 쉼터로 전락한 실정이었다.
뉴욕시는 ▲술주정뱅이나 ▲흡연가 ▲각종 성범죄자들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1990년 놀이터에 어린이를 동반하지 않는 어른들을 제한하는 법을 제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규정이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고, 지켜지지도 않다 보니 보호는 커녕 오히려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한 경찰 관계자는 “어른들이 더 많은 놀이터에선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각종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면서도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느냐는 질문엔 “의심스러운 사람에 한해서만 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단속활동은 벌이지 않고 있음을 인정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놀이터에 어린이를 동반하지 않는 놀이터 방문이 불법임을 인지하는 한인도 극히 드둔 실정이다. 만약 경찰에 붙들릴 경우 벌금 1,000달러 혹은 3개월의 실형에 처해질 수 있는 경범죄(Misdemeanor) 처벌을 받게 된다.
바운 스트릿 인근 놀이터의 미끄럼틀 옆에 마련된 벤치에서 쉬고 있던 한 노인은 “이곳을 수년 째 찾고 있다. 이게 불법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다섯 살 딸과 함께 놀이터를 찾은 한 한인여성은 “애가 뛰어놀 때마다 주변에 있는 어른들의 행동을 주시하게 되는 게 사실”이라면서 ‘어른 놀이터’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했다. <천지훈·함지하 기자> 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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