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지명자가 한국에서 또 낙마했다. 박근혜정부 들어 벌써 세 번째다. 청문회도 가보지 못한 채 상처투성이가 되어 낙마했다. 총리지명을 받은 인사의 입장에서 보면 며칠사이 인생 최대의 영광과 인생 최악의 수모를 겪은 셈이다. 지명되지 않았으면 편안한 여생을 보냈을텐 데 괜히 정치판에 끼어들었다가 죄인처럼 낙인 찍혀 가족들까지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문창극 총리지명자의 케이스를 보자. 본인은 청문회에까지 가서 자신이 억울하게 친일파 낙인찍힌 것을 해명하겠다고 하는데 여당에서조차 무반응이다. 청문회를 열면 더 망신스런 이야기들이 터져 나오고 부결되면 결국 그를 지명한 대통령이 정치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고 보니 청와대 입장에서는 문창극 지명자가 스스로 사퇴해 주었으면 하는데 본인은 그런 기색이 없다. 게다가 박근혜대통령이 총리 지명문제에 대해 뭔가 한마디 해야 하는데 침묵하고 있으니 당 지도층도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 총리문제로 국정이 올 스톱 상태에 놓여 있었다. 얼마나 국가적인 에너지 낭비인가.
한국 정치 시스템이 뭔가 잘못 되어있다. 인사청문회 제도를 없애든지 턱을 낮추든지 해야 한다. 한국에서 이렇다하는 인사치고 위장전입 안한 사람 없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또 부동산 투기를 안하고는 재산을 늘릴 수 없다는 것은 상식화 되어있다. 청문회에 임하는 국회의원들을 인사청문회에 올린다면 과연 몇 사람이나 통과될까. 이젠 개각 소문이 나돌면 누가 총리와 장관이 되느냐보다 누가 인사청문회에서 망신당하고 퇴장 당하느냐가 더 관심꺼리다.
무엇보다 인사청문회가 선거를 앞두고 열리는 것이 문제다. 안대희와 문창극이 왜 청문회 문 앞에도 가보지 못하고 낙마하는 수모를 당했는가. 선거 때문이다. 안대희도 물러날 생각이 없었으나 야당공격이 강화되자 새누리당이 6월 지방선거에서 패할까봐 안대희에게 청문회 통과를 보장 못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창극 케이스도 마찬가지다. 이번 재보궐 선거는 수가 많아 여당의 과반수선이 무너질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판도를 지니고 있다. 현재의 분위기로 가면 7월말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여당이 완패할 가능성이 있다는 데야 박근혜대통령이 어찌 할 것인가.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지니고 있는 무기라고는 ‘박근혜 인기’ 뿐이다. 그런데 ‘박근혜 인기’가 요즘 자고나면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하오리까하고 청와대에 압력을 가하니 대통령도 문창극 총리 지명안 국회제출을 강행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7월 선거 승리가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안대희, 문창극 두 사람 모두 선거 때문에 청문회 문전에도 못가보고 주저앉은 셈이다.
자, 이제 또 박근혜대통령이 국무총리를 임명해야한다. 이번에 잘못 임명하면 7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대패한다. 누구를 임명할 것인가.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아들 병역, 자녀 해외유학에 하자 없고 비합법적인 수단으로 재산을 모아도 안된다. 학위논문도 베끼면 안된다. 만사에 처신이 깨끗해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과 정치철학을 같이하되 대통령의 이미지를 능가하거나 대통령을 치받는 개성이 강한 형은 안된다. 대통령 되겠다는 야망을 품은 인사는 더더욱 곤란하다. 또 부하를 많이 거느린 인기있는 정치인도 파벌을 조성하기 쉽기 때문에 안된다.
어디 국무총리 할 마땅한 사람 없소? - 청와대가 공개모집 해야 할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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