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샌디가 뉴욕에 큰 상처를 남긴지 벌써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새살이 돋아나듯 대부분의 상처는 아물었지만 집안까지 바닷물이 들이쳤던 일부 주민들은 아직까지 상처가 남기고 간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이주은(36·사진)씨는 상처의 현장을 누비며 이들을 치유하는 역할을 맡았다. 해안과 인접한 퀸즈 라커웨이와 하워드비치 소재 피해 주택들의 인테리어 설계를 전담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시로부터 샌디 피해 주택의 복구를 의뢰받은 건축설계전문회사 IBTS에서 근무 중인 이씨는 “집이 망가진 건 곧 한 가정의 삶이 망가진 것”이라며 “이들의 웃음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 주택이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기 위해선 다음 몇 가지 과정을 거친다고 이씨는 설명한다.
“가장 먼저 피해상황을 확인하고 즉석에서 새로운 인테리어 도면을 그려내요. 이후 집주인과 공사 관계자, 뉴욕시 등과 협의를 끝낸 후 공사에 돌입하죠.” 이렇게 시작된 공사는 짧게는 2주 만에 끝나지만, 또 다시 물이 차는 걸 막기 위해 집 전체를 들어 올리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땐 공사를 마치기까지 6개월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약 50채의 주택이 이씨의 손을 거쳤다.
사실 이씨 역시 허리케인 샌디가 강타했을 당시 큰 피해를 입었다. 살고 있던 맨하탄 아파트가 물에 잠기면서 3개월간 남의 집을 전전해야 했던 것. 이씨는 “당시 경험 때문에라도 피해자들을 돕는 일에 일종의 ‘소명 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그 전에도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 버스’를 디자인하는 등 도움이 필요한 곳에 늘 먼저 손을 내미는 일엔 익숙했었다.
이씨는 “내가 디자인한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쉼을 얻도록 하는 게 이 일을 선택한 이유”라며 “나중엔 부모가 없는 아이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기 전 한국에서 부동산과 건설업계를 출입하는 기자생활을 했다는 이씨는 “디자인할 때 좋아하는 곡선처럼 유연한 인생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함지하 기자> A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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