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중국의 베이징 골프장에 이런 게시가 나붙은 적이 있다. “한국인은 출입 금지”. 하도 떠들고 무질서해 다른 외국손님들이 시정해 달라는 요청이 많아 부득이 한국인들의 출입을 제한하게 되었다는 것이 골프장 측의 설명이었다. 국가적인 망신이다.
남의 눈에 비친 내가 나다. 한국인의 질서무시는 이름나 있다. 질서를 지키지 않으면 사람의 인격까지 의심받게 된다. 오래전 동두천 미군부대 PX에서 불이 난 적이 있었다. 인근 한국 소방서에서 출동하여 화재를 진압했는데 돌아가는 소방차들이 정문에서 정지당했다. 미군 헌병들이 소방관들의 몸을 수색했다. 불 꺼주고 모욕당한 셈이다.
이 모두가 한국인의 이미지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질서 지키지 않는 사람을 극도로 싫어한다. 당장 Costco와 같은 대형마켓에서 새치기 해보시라. 뒷사람들이 가만있지 않는다. 미국인이 가장 인격모욕으로 받아들이는 말은 “당신은 정직하지 못해”라는 표현이다. 영국인들은 “비겁한 자”가 모욕적인 표현이고 독일인에게는 “게으른 자”다. 프랑스인들에게는 “더러운 놈”이 최악의 단어이고 일본인들에게는 “예의 없는 자”가 모욕적인 단어다.
한국인들이 제일 싫어하는 인격표현 단어는 무엇일까. “의리 없는 자”다. 아무리 똑똑해도 의리 없는 사람으로 소문나면 단체에서도 소외당하고 취업에도 지장이 있다. 친목클럽에서도 누구를 받아들일 때 제일 먼저 주변사람들에게 묻는 말이 “그 사람 어때?”다. 이 말에는 “그 사람 점잖고 의리 있는 사람이야?”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 능력이 좀 모자라도 의리 있는 사나이로 평가되면 받아들여 진다.
그럼 한국인들이 정말 의리 있는 성격의 소유자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무슨 사건이 터졌을 때 보면 굴비두름처럼 줄줄이 엮여서 감옥에 간다. 나 살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때문에 어제까지 존경하던 상사도 인정사정없이 물고 들어간다. 상사와 동료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살하는 일본인들과는 대조적이다.
영국인이 자유를 사랑하고 프랑스인이 평등을 존중하는 민족성 이면에는 영국명예혁명, 프랑스 혁명과 같은 뼈아픈 진통이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망하겠다”는 절박감을 국민들이 느끼게 될 때 개혁개조 운동 또는 혁명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일본의 메이지 유신도 그래서 일어난 것이다.
한국인들은 왜 민족성 개조운동에 실패 했는가. 지역적 이기주의와 분열 때문이다. 정약용, 김옥균 등이 민족성 개조운동에 나섰다가 모함으로 최후를 마쳤고 서재필의 독립협회가 민족성 개혁운동을 추진했으나 내부분열로 빛을 보지 못했다. 도산 안창호의 흥사단이 벌인 민족 의식개혁운동을 한국정부가 교육정책의 기본으로 삼았더라면 한국인의 성격에 커다란 변화가 있었을 텐데 통치자들의 편견 때문에 빛을 보지 못했다.
한국인의 교육내용이 달라져야 한다. 한국의 교육은 성공과 출세에 초점이 맞추어져 왔으나 이젠 인격교육으로 내용이 바뀌어져야 한다. 어릴 때부터 ‘정직’의 중요함을 일깨워 주어야 하고 ‘준법정신’과 ‘단결’을 가정과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 민족성 개조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운동이 정치성을 띠면 실패한다는 사실이다. 정권차원을 넘어 백년대계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것이 세월호 비극에 보답하는 길이다.
썩은 달걀은 아무리 품어봤자 병아리가 되지 못한다. 한국이 썩은 달걀이 되느냐 아니면 생명력을 지닌 병아리로 태어나느냐를 증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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