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외로운 오후의 한순간
나의 시 앞으로 그녀는 조심스레 걸어와야겠지.
막감은 그녀의 머리는 목선에 아직
촉촉할 거야. 레인코트를 입고 있어야겠지. 낡고
더러운 레인코트, 돈이 없어서 세탁소에 맡기지
못했을 거니까. 그녀는 거기 그 책방에서
안경을 꺼내 쓰고 책들을 더듬어가기 시작할 거야.
하지만 책들을 다시 제자리에 꽂아놓으며
혼잣말을 하겠지, “ 이 돈이면 레인코트를 세탁할
수 있겠는 걸.“ 그리고 그녀는 코트를 세탁할 거야.
-Ted Kooser (1939-) ‘독자 고르기’ 전문, 임혜신 옮김
시인이 원하는 아름다운 독자는 겉이 멋진 여자가 아니다. 가난하고 외롭고 안경을 꺼내 쓰는 것으로보다 나이도 든 여자다. 그리고 물론 시를 좋아하는 여자다. 하지만 시집과 옷 세탁의 저울질에서 세탁을 선택하는 여자, 그러니까 시 매니아는 아니다. 살아오면서 어쩌면 많은 것을 잃은 여자, 하지만 영혼은 맑은 여자다. 생의 깊은 맛을 알 것 같은 그런 여자를 아름다운 독자로 선택하는 시인의 마음이 참 따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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