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영화계는 ‘선댄스 키드’의 탄생을 기대한다. 세계 최고의 독립영화제 ‘선댄스 필름 페스티벌’에서 주목을 받아 영화계의 괴물로 커갈 신인감독이 바로 ‘선댄스 키드’이다. 영화제 창립자인 로버트 레드포드가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1969)에서 맡았던 역할이고, 무법자 버치 캐시디를 따라 실존 갱단에서 활약했던 해리 알론조 롱가보우의 별명이다.
선댄스 키드는 비록 은행을 털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낙천적이고 유토피아를 꿈꾼다. 무엇보다 버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가 자신들에게 무참히 퍼붓는 총알을 향해 달려 나가는 마지막 장면은 정지화면으로 처리되어 영화팬들에게 명장면으로 꼽히고 있다.
막다른 골목에 몰려서도 여유를 잃지 않고 맞서 싸우는 희망, 바로 선댄스 키드가 지닌 정신이다. 무수히 쏟아지는 선댄스 뉴스를 접하며 올해는 유난히 다큐멘터리 영화에 관심이 갔다. 12년에 걸쳐 제작됐다는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보이후드’, 엄지손가락 치켜들기로 유명한 영화평론가 고 로저 이버트의 ‘라이프 잇셀프’, 레딧의 공동창업자이자 정보공개 관련 활동가였던 아론 슈와츠의 비극적인 죽음을 다룬 ‘인터넷 소년: 아론 슈와츠 이야기’ 그리고 한국의 인터넷 중독을 다룬 ‘사이버사랑’이다.
‘사이버 사랑’(Love Child)은 2010년 한국에서 인터넷 게임에 중독돼 3개월 된 딸아이를 죽게 한 부부의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다큐 영화이다. 2년 전 유투브 스타를 다룬 ‘동물원의 나’(Me at the Zoo)라는 다큐멘터리로 선댄스 키드가 된 발레리 비취 감독의 작품인데 HBO를 통해 미전역에 방영될 예정이다.
지난 연말 한국인도 아닌데 한국에서도 잊혀져가는 사건을 추적해 다큐로 제작했다는 사실에 놀라 그를 만났다. 어떤 시각으로 접근했는지 궁금했다. 발레리 비취 감독은 “가상현실이 현실이 되어가는 동시대를 반영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인터넷 강국인 한국의 현실에서 ‘스마트 시티’의 유토피아적 미래를 본다”고 답했다.
다큐를 보는 이유는 실제 인물들이 겪는 드라마를 보고 싶어서다. 억지로 극적인 구조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진짜로 영화적인 순간’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다큐의 관건이다. 할리웃이 양산해낸 황당한 이야기 구조와 스펙터클보다는 제대로 된 스토리텔링에 목마른 관객들이 많아지면서 다큐가 픽션보다 인기를 끄는 것도 사실이다. 발레리 비취 감독이 간파한 점이 바로 진실이 허구보다 기묘한 세상에 대한 관찰이고 한국의 현실이 곧 미국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선댄스 키드의 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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