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시 비닐백 금지 첫날이었던 지난 1일, LA 한인마켓에서는 일제히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비닐백 지급 중단을 미처 알지 못한 고객과 재활용백 판매에 관해 마찰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바짝’ 긴장했던 마켓들은 예상외로 차분했던 반응에 안도와 동시에 다소 놀라기도 했다는 반응이었다.
“의외로 손님들의 이해도가 높다.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순조롭게 지나가고 있다”는 것이 마켓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실제로 취재차 찾았던 1일 정오 무렵의 마켓 풍경은 차분했다. 장바구니 없이 빈손으로 찾은 손님들이 상당수였지만 재활용백을 구입하거나 마켓에서 비치된 빈 박스를 활용하는 등 저마다의 방법으로 대처했다. 많은 이들이 “불편하지만 감수해야 하는 부분” “환경을 위해서 잘하는 일”이라며 성숙한 소비자 의식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마켓들이 이토록 긴장했던 이유는 뭘까. 답은 간단하다. 그간 작은 불편에도 불같이 터져나오던 고객들의 짜증과 막무가내식의 불평에 몸살을 앓아온 탓에 지레 겁을 먹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간 한인마켓에서는 ‘나 하나만 편하면 된다’는 이기심이 만들어낸 낮은 질서의식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고른 뒤 맘이 바뀌어 아무렇게나 놓인 물건들, 야채와 과일을 고르느라 뒤적거려 상하게 만들고 심지어 몰래 먹어보는 경우, 직원들에게 화내고 고함지르며 반말에 욕설까지 내뱉는 모습까지.
‘인터넷’을 무기로 삼는 ‘블랙컨수머’도 마찬가지다. ‘맛없으니 환불해 달라’ ‘먹고 배탈났으니 병원비에 정신적 피해보상을 해라’며 막무가내로 우기거나 많게는 수천달러까지 현금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한 마켓 관계자는 “안전한 먹거리 판매를 위해 주의 깊게 노력하고, 잘못된 경우 보상을 해드리는 것이 당연하지만 터무니없는 억지와 폭언에 인간적으로 모멸감을 느낄 때도 많다”며 ”손님이 ‘왕’인 것은 맞지만 그 말은 ‘왕’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뜻이지 마켓직원이 노예라는 뜻은 아니지 않나”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인마켓 샤핑 문화에도 보다 성숙한 소비자 의식이 필요할 때다. 타인종도 많이 찾는 한인마켓은 한인사회의 또 다른 얼굴과도 같다. 보다 높은 질서의식과 샤핑매너를 보여주는 곳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내 불편’에 앞서 ‘미래의 환경’을 생각한 한인들이 훨씬 많았기 때문에 비닐백 금지 시행이 수월했고, 이를 통해 한인들의 시민의식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가능성을 봤다면 비약일까.
새해를 맞아 당장 눈앞의 이익에 취하지 않는,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장기적으로 이익을 볼 줄 아는 ‘합리적 소비자’들이 한인마켓에도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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