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행역시(倒行逆施)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혔다. 와각지쟁(蝸角之爭), 이가난진(以假亂眞)과 경합을 이루었으나 설문대상자의 32.8%의 선택에 따라 2013년의 사자성어가 됐다는 보도다.
도행역시는 사마천의 ‘사기’에 실린 고사성어다. 초나라의 오자서는 아버지와 형이 초평왕에 살해되자 오나라로 도망친다. 이후 세력을 키워 원수를 갚고자 초나라를 침공한다. 그러나 초평왕은 이미 죽어 그 무덤을 파헤쳐 시체에 매질을 가한다.
그 행동이 지나쳐 보여 친구가 질책을 하자 여기서 유명한 고사성어가 탄생한다. ‘일모도원 도행역시(日暮道遠 倒行逆施)-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어 부득이 순리에 거스르는 행동을 했다.’이 사자성어가 선택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고 한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국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역사의 수레바퀴를 퇴행적으로 후퇴시키는 정책·인사가 고집되어서라는 것이다.
‘딴은…’ 하는 생각이 든다. 온통 4성 장군 출신들로 주변을 포진했다. 그도 모자라 유신시절에서 5, 6공 시절을 풍미한 구 정치인을 최측근으로 기용했다. 게다가 대통령의 표정은 근엄하기만 하다. 마치 국가주의의 표상인 양. 그러니….
문득 한 가지 생각이 스친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퇴행적으로 후퇴시킨다- 그게 어디 한국에서만의 현상일까’하는 것이다.
상당히 기대됐었다. 그 시진핑 체제 1년이 된 시점에서 중국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그러나 모택동의 대중노선이다. 개혁 지도자로서의 기대는 물 건너갔다. 그리고 보수 강권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만 떠오른다.
지식인들의 입에는 재갈이 물렸다. 인권운동가들에게는 철퇴가 내려졌다. 그러면서 시진핑식 신 권위체재만 굳어간다. 역사의 퇴행도 이런 퇴행이 없다.
거침없는 우향우의 질주다. 엄연한 역사사실도 부인한다. ‘군국주의 일본의 만행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가 보이고 있는 역사의식이다. 일본의 아베 총리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무장에 여념이 없다.
그의 행보에 일본이 열광했다. 그러다가 경계의 눈초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일본의 민주주의가 질식 상황을 맞는 게 아닌가 하는.
그렇게 공교로울 수가 없다. 하나같이 권력자의 2세라는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다. 그 시진핑, 아베, 그리고 박근혜 정부는 거의 동시에 출범했다. 그리고 출범 1년을 맞아 역시 공통된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역사가 퇴행하고 있다는.
어떻게 보아야 하나. 그 독해가 어렵다. 그러니 그 연관관계는 아무래도 정치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되어야 할 것 같다. 그건 그렇고, 1년 후에는 어떤 사자성어가 선택될까.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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