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영화 이야기(hjpark@ koreatimes. com)] 네브래스카 (Nebraska) ★★★★½(5개 만점)
▶ 시골정경 흑백 촬영, 코믹 터치 로드무비
우디(브루스 던·왼쪽)와 데이빗이 우디의 생가를 방문하고 있다.
자기 생에 대해 후회막급하고 살기에 효용가치를 상실한 노인의 터무니없는 꿈을 고집 세게 찾는 얘기요 조락해 가는 미 서부 시골에 바치는 송가이자 부자지간의 연결의 재시도를 그린 향수감 가득한 코미디 터치의 흑백 드라마요 로드 무비다.
때는 현재이나 마치 과거를 그린 듯이 지나간 것에 대한 동경과 회환 그리고 슬픔과 사랑이 가득히 고여 있는데 성격에 결함이 많은 노인과 착한 아들이 함께 차를 타고가면서 나누는 정과 이들이 만나는 여러 사람들이 엮는 지극히 인간적이요 괴팍하고 우스운 에피소드들이 깨소금 맛 나게 아기자기 하고 재미있다.
‘사이드웨이즈’와 ‘디센단츠’를 만든 알렉산더 페인이 자기 고향인 네브래스카주에 돌아가 만든 일종의 귀거래사로 희망도 장래도 없는 보통 사람들을 연민의 정이 가득한 마음으로 돌보고 있다. 피터 복다노비치 감독의 ‘라스트 픽처 쇼’를 연상케 하는 분위기를 지녔는데 볼 것 없는 시골 정경을 흑백으로 찍은 촬영이 윤기가 나도록 아름답다.
몬태나주에 사는 고집불통의 알콜중독자 우디 그랜트(브루스 던)는 쟁쟁대는 입 건 아내 케이트(준 스큅)와 두 아들 로스와 데이빗(윌 포르테)이 노망기가 든 게 아닌가 하고 염려할 정도로 건망증이 심하다. 그런데 이런 우디가 100만달러 경품에 당선됐다는 쪽지를 받고 이 돈을 받으려고 네브래스카주의 링컨까지 가겠다고 우기면서 집안이 발칵 뒤집힌다.
운전면허증도 없는 우디가 돈으로 트럭과 에어컴프레서를 사겠다며 고집을 부리자 막 동거녀로부터 버림을 받은 따분한 직장에 다니는 둘째 아들 데이빗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아버지와 여행이 나선다. 그런데 사실 우디가 찾고자하는 것은 현금 100만달러라기보다 그의 삶의 마지막 가치라고 하겠다. 둘은 와이오밍주와 사우스다코타주를 거쳐 우디의 고향인 네브래스카주의 호손에 도착한다.
여기서 우디는 동네 신문의 뉴스거리가 되고 자신의 일가친척과 옛 사업 파트너(스테이시 키치) 등을 만나면서 옛날 얘기가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이 동네서 만난 사람들도 모두 우디의 꿈을 함께 원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우디를 열렬히 응원한다.
그리고 케이트와 로스가 여기까지 내려오면서 동네 사람들과 지지고 볶는 온갖 에피소드가 만발한다. 우디와 데이빗이 우디가 태어난 폐가를 방문하는 장면과 데이빗과 우디의 옛 애인(앤젤라 맥이완)과의 만남 그리고 케이트의 동네 가족묘지 방문 장면 등이 우습기도 하고 눈시울을 붉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는 결코 싸구려 감상에 빠지지 않는다.
일가친척이 떼를 지어 리빙룸에 앉아 무표정한 얼굴로 TV를 보면서 단조롭게 별 의미 없는 말을 시치미 뚝 떼고 내뱉는 장면들이 배꼽 빠지게 웃긴다. 우디 역으로 올 칸영화제서 남자 주연상을 받은 베테런 던의 약 먹은 듯이 어지럽고 피곤해 보이면서도 강단 있는 연기가 훌륭하고 포르테와 스큅과 키치 등의 연기도 빼어나다. 그 밖의 단역들의 연기까지 모두 일품이다. 음악도 좋다. 나른하게 지나간 것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진실된 감정이 흐르는 영화다.
성인용. Paramount. 일부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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