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얼 노스 코리아 / 안드레이 란코프 지음·개마고원 펴냄
구소련 레닌그라드(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으로, 서구에선 북한 문제에 가장 정통한 학자로 알려진 저자가 좌파와 우파의 눈이 아닌 현실적인 시각으로 북한의 현재와 미래를 전망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북한이 현재 처한 어려움을 벗어날 수 있는 묘안으로 중국식 모델을 추천하지만, 저자는 급격한 개혁이나 군사적 제재보다는 교류를 통한 점진적 변화에 무게를 싣는다. 저자는 북한이 고립을 선택함으로써 치른 경제적 몰락이 오히려 체제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자본주의 감염’을 불러왔다고 본다. 경제적 계층의 분화가 일어났고, 야심가일수록 군인이 되거나 조선노동당에 가입하기보다 암시장 상인으로 나서는 게 출세의 지름길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물론 이런 변화는 북한 지도부가 의도한 게 아니었고, 끈질긴 시장통제 정책은 이들의 목표가 김일성 시절로의 복고와 반동에 있다는 것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그렇기 때문에 김정일 시대에는 개혁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부정한 바 있다. 남한의 진보 정권이 ‘북한의 개혁개방’을 추구했지만 이러한 위로부터의 개혁은 애초 의도한 효과를 내지 못했고, 남한 내 유권자의 지지를 얻는 데도 실패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설사 이런 방식이 북한의 성공적인 개혁을 이끌더라도 통일보다는 분단 지속의 원심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경제 제재나 군사적 압박 역시 실질적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저자는 보수파의 강경책들이 북한에 별 타격을 입히지 못한 대신 연평도 포격 같은 군사적 모험주의를 부추겼다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개성공단 방식의 접근을 가장 유효한 남북 통일 수단으로 꼽는다. 경제 협력과 민간 교류야말로 북한 민중들에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도 더 나은 대안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련과 중국이 개혁개방에 고삐를 당긴 것도 다름 아닌 외부세계와의 교류였다. 저자는 역설적이게도 보수정권이 햇볕정책을 성공시키는 데 유리한 여건을 가졌다고 보는데, 이런 전망은 박근혜 정부가 귀담아들어 볼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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