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본 만든 후 초안 삭제” 노무현재단 측 반론에 검찰은 “초안도 완성본” 국정원서 생산된 만큼 공공기록물로 분류되면 실행자 처벌 어려울 수도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국가기록원에 있지 않다는 검찰 발표가 있은 2일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국회 상임위에서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국가기록원의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았고 참여정부의 청와대 문서관리시스템인‘이지원(e知園)’에 등록됐다가 삭제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회의록 삭제를 둘러싼 법적 책임 문제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검찰은 회의록을 삭제한 행위 및 기록관으로 이관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잠정결론을 내리고 수사 대상과 처벌 수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 도중 이례적으로 수사 내용을 상세히 발표한 것을 두고는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대통령기록관에 회의록이 없다는 것은 당시 청와대에서 회의록을 이관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처음부터 회의록을 대통령기록물로 분류하지 않아 이관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생성된 회의록이 이지원에 등록됐다가 삭제된 흔적이 확인됐다. 검찰은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모든 과정과 결과가 기록물로 생산·관리되도록 해야 한다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의 취지에 비춰 볼 때 삭제 행위만으로도 실정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회의록은 남북 정상 간의 대화내용을 기록한 역사적 의미가 있는 중요문서이기 때문에 대통령기록물로 분류돼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회의록은 반드시 이관돼야 할 문서로 이관이 안 됐다면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삭제가 됐다면 문제가 더 크다”고 밝혀 사법처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회의록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국정원에 의해 생산된 문서인 만큼 공공기록물로 분류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더 나아가 회의록 삭제가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진 것이라면 이를 통치행위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은 올 초 검찰 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이지원에서 회의록을 삭제했다”고 진술했다. 이는 국정원이 이미 공공기록물로 분류된 회의록을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동일한 회의록을 대통령기록관에 별도 보관할 필요가 없어서 삭제를 지시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럴 경우 단순 실행자들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이 힘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삭제를 지시했더라도 절차상 대통령기록관리전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삭제 관여자가 형사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법조계 관계자는“회의록 삭제에 관여한 실행자들의 고의성 여부 및 삭제 동기에 대한 조사가 끝나 봐야 사법처리 유무와 수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검찰은 향후 회의록 삭제 주체와 경위, 시점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노무현재단이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에 참여정부 당시 기록관리비서관실 직원들을 중심으로 줄소환이 예상된다. 특히 기록물 이관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의 소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회의록이 국가기록원 이관 대상에서 제외된 정확한 이유와‘봉하 이지원’에 회의록이 남게 된 경위 등에 대해서도 규명할 예정이다.
검찰은 이날 노무현재단이 “최종본이 만들어지면 초안이 삭제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힌 것에 대해 반론을 내놓기도 했다. 검찰은 삭제됐다 복원된 회의록과 ‘봉하 이지원’에서 발견된 회의록, 국정원 보관 회의록 모두 완성본이기 때문에 원본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세 가지 회의록 모두 내용의 동일성에는 변함이 없다. 모두 개별적으로 완결된 것으로 삭제한 행위 자체는 중대한 문제”라고 밝혔다.
<강철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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