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셧다운 첫날 워싱턴
▶ 관광버스 사라지고 호텔·식당엔 손님 없어 일시해고 공무원 조기퇴근 저녁 교통체증 사라져 전국에 TV 생중계 되며 공화 부담$ 민주 느긋한 편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문을 닫은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동물원 입구를 1일 경찰들이 지키고 있다(왼쪽).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의 블루 릿지 파크웨이 내 민속예술센터를 찾은 한 여성이 잠긴 출입문 앞에서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다. 워싱턴^애슈빌=AP 연합뉴스
연방 건물들은 아침부터 굳게 닫혀 있었다. 별도의 문이 없는 공원은 철제 바리케이드가 출입을 막았다. 연방정부 폐쇄(셧다운) 첫날인 1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가장 자주 발견한 단어는 ‘폐쇄(closed)’였다.
워싱턴의 자랑인 스미스소니언 박물관들이 일제히 문을 닫았고 2차대전·베트남전·한국전 추모공원은 철책으로 둘러 싸였다. 워싱턴의 대표적 인증샷 장소인 에이브러햄 링컨 동상 앞에는 경찰만이 순찰을 돌 뿐이었다. 백악관 앞은 여느 때처럼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 차지였지만 그 숫자는 크게 줄어 있었다. 보름 뒤면 국고가 바닥날 수 있어 관련 대책을 세워야 할 재무부는 청사 정문에 큼지막한 자물통이 채워져 있었다. 의회도 방문할 수 없었고 의회도서관도 폐쇄되긴 마찬가지였다.
미국에서도 가장 심각하다는 워싱턴의 교통체증도 이날 저녁부터 사라졌다. 오후 6시를 넘긴 시각 백악관에서 멀지 않은 메트로센터역에서 탄 지하철 오렌지라인은 평상시라면 콩나물 시루 수준이겠으나 이 날은 빈 자리가 많았다. 연방 공무원들이 일시해고 통보를 받은 뒤 짐을 싸 점심 무렵 일제히 퇴근해 러시아워가 한낮으로 당겨졌기 때문이다.
연방 지원을 받는 모든 건물과 장소가 폐쇄되면서 워싱턴 방문객들이 발 들여 놓을 곳은 거의 없었다. 백악관 주변과 박물관 주변에 줄지어 있던 관광버스들도 사라졌다. 그 여파로 호텔과 식당도 점차 비어가고 있다. 필수요원들이 지키고 있다지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연방기관들은 거의 빈 건물로 전락하고 있다. 이례적으로 정상 가동되는 국무부도 2, 3주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고 한다. 한 관광객은 “다른 나라라면 이런 일로 박물관이나 공원, 정부기관이 문 닫을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반응과 분노는 결국 정치권을 향했다.
연방 지원을 받는 건물과 공원이 유독 많은 워싱턴의 이런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되면서 부담을 느낀 측은 공화당이다. 민주당 정부가 별도의 입장시설이 필요 없는 공원 기념물에 굳이 바리케이드를 설치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공화당은 여론전에서 밀리자 국립공원과 워싱턴에 특별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했으나 민주당이 반대했다.
셧다운 첫날 볼 수 있던 워싱턴의 차분함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장담하기는 어렵다. 정부폐쇄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란 전망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의원들이나 전문가들은 의회가 국가채무 상한 조정에 합의하는데 2주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채무 상한 16조7,000달러는 17일이면 한계에 이른다. 셧다운보다 더 큰 문제가 채무불이행(디폴트)이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화당이 느끼는 위기감이 커지는 게 문제 해결의 거의 유일한 실마리가 될 듯하다.
셧다운 첫날 공개된 여론 흐름은 예상대로 민주당이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PPP 조사에서 민주 대 공화의 지지율은 7월 43%대 42%에서 45%대 40%로 바뀌었다. 퀴니펙대 조사에서는 2014년 중간선거에서 지지할 후보의 소속 정당으로 민주당이 43%, 공화당이 34%로 나타났다. 공화당을 이끄는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다수당을 빼앗길 수 있다”고 실토했다는 보도도 있다. 워싱턴 정치권은 이처럼 셧다운을 민주-공화의 제로섬 게임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워싱턴 밖에는 모두가 패자인 게임으로 비칠 뿐이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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