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6연승으로 다저스의 역사적인 39승8패 스퍼트에 앞장서고 있다.

메이저리그를 주름잡던 1970년대에 신시내티 레즈는 ‘빅 레드 머신’으로 불렸다. 그렇다면 올해의 LA 다저스는 ‘빅 블루 머신’이라고 불러줄 만하다. 참고로 레즈는 1970년부터 1976년까지 5차례 디비전, 4차례 내셔널리그, 2차례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르는 ‘전성시대’를 누렸다.

“다저스가 이보다 더 잘 하는 건 본 적이 없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다저스가 47개 경기에서 39승을 거둔 건 1900년 이후 ‘현대 역사상’ 처음이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는 1951년 뉴욕 자이언츠 이후 처음이다. 이보다 더 좋은 스퍼트를 보였던 팀은 41승7패를 달린 1942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밖에 없다.

지난 6월22일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던 시나리오다. 다저스는 그때 시즌 전적이 30승42패로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4번째로 나빴다. 그 당시 디비전 선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9.5게임차로 뒤졌던 팀이 8주도 못돼 전세를 뒤집은 것만 아니라 무려 7.5게임차로 앞서고 있다. 9.5게임차로 뒤졌던 팀이 7.5게임차로 앞섰으면 ‘17게임 스윙’이다.

메이저리그 전체를 놓고 봐도 ‘거꾸로 4위’였던 팀이 지금은 전체 1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승차가 3.5(13일까지)에 불과하다. 다저스가 조만간 앞서가던 26개 팀을 모두 추월, 리그 전체 1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저스의 스퍼트는 역사적이다.

후반기에 들어서만 3년 만에 최다 7연승을 포함, 21승3패를 달리면서 온갖 기록을 다 갈아치우고 있다. 1점차 박빙 승부에서 11연승을 거둔 것 또한 구단 신기록이다. 이쯤 되자 TV 시청률도 수직상승하고 있다. 프라임 티켓 시청률은 작년에 비해 37%나 뛴 것으로 집계됐다.

다저스가 이렇게 잘 나가는 데는 한국인 선발투수 류현진(26)의 공도 크다.류현진은 후반기에 들어 전승가도를 달리며 등판 때마다 어김없이 다저스의 상승세를 이어주고 있다. ‘신인’ 류현진이 사이 영 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올스타게임 선발투수 맷 하비와 ‘영건 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것도 화제다.

하비는 올스타 휴식기 이후 4경기에서 2승1패, 평균자책점 0.91이라는 훌륭한 성적을 거두면서 메츠의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하지만 13일 류현진과 대결에서는 다저스 타선에 6이닝 동안 4점을 빼앗기며 시즌 4패(9승)째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닷컴은 “메츠 에이스 하비에 대해 많은 말들을 하지만 다저스 루키 류현진은 하비를 상대로 자신도 빼어난 어깨를 가지고 있음을 상기시켰다”고 맞대결에서 류현진의 승리 소식을 다뤘다.

AP통신도 “신인 류현진이 하비를 눌렀다”며 “류현진은 이번 승리로 6연승을 달렸고, 홈구장에서의 성적도 6승1패로 선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단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LA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좋은 투수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경기를 박빙으로 끌고가야 한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초반 실점에도 하비와 대등한 내용을 보인 류현진의 호투를 칭찬했다.

ESPN도 “가장 위협적인 투수 가운데 두 명이 맞붙은 경기에서 다저스가 승리했다”고 류현진을 칭찬하면서 “홈런 외에 류현진이 맞은 위기는 단 한 차례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도 ‘1류 투수’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