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리, 스프링필드의 포레스트 결혼심리학 연구소에 의하면 미국인 부부의 이혼율은 초혼일 경우 50%, 재혼은 67%, 세 번째 결혼은 74%로 나타나 있다. 특히 50세 이후 중년부터는 여성이 먼저 이혼을 결심하는 경우가 많다. 살아보니 남편이 자신과는 너무 조화가 안 되며 살아봤자 무슨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그래서 외롭다는 것이다.
남편들에게도 중년이 되면 나름대로 고민이 있다. 아내가 점점 거세지고 무엇보다 남편을 존경하지 않으며 자식들을 자기편으로 만들어 남편이 가정에서 설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집에서조차 가장을 알아주지 않으니 너무 외롭다는 것이다.
결혼은 남자와 여자가 서로 반해 이루어지는 평생 동거 약속이다. 그러나 사람에게 반하는 것은 식품처럼 유통기간이 있기 마련이다. 부부가 된 후 부터는 남편이 낭만이라고는 전혀 없는 남자인데다 부인을 마치 자신의 소유물인양 명령조로 다루어 ‘남편의 생활’은 있지만 ‘아내의 생활’은 전무한 노예성 동거일 뿐이라고 여성들은 생각한다.
그럼 이혼한다? 그것도 쉬운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혼하면 여성 혼자서 재정적으로 뒷받침이 안 돼 살아가기가 힘들다. 그리고 아이들을 맡아서 키우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다. 그래서 참고 참고 참다가 아이들이 대학교를 졸업하고 남편이 은퇴하면 “나는 남은 여생을 당신과 같은 멋없는 사람과는 더 이상 살수 없다”고 이혼장을 내밀고 모든 재산을 반으로 가른 후 이상적인 남자를 찾아 재혼 하거나 혼자 산다.
중년여성들의 희망은 해방과 자유다. 몇십년 동안 계속된 남편과 아이들의 숨 막히는 속박에서 벗어나 여자로서의 가치와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 한다. 바로 이와 같은 중년여성의 고민을 과감하게 행동으로 남편에게 표시하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21세기 중년여성의 좌표설정을 책(Living Happily Ever After Separately)으로 낸 작가가 요즘 출판업계서 화제다. 샌디에고에 사는 라이자 스퇴셀이라는 50대의 중년여성인데 그는 자녀들이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남편에게 별거를 요구했다. 이혼이 아니다. 별거다.
왜냐하면 남편이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다른 남자와 재혼해봤자 “그 남자가 그 남자”라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중년여성으로서 누려야 할 자유며 남편을 위해서, 새로운 부부관계의 시작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중년부부가 갈등하지 않고 다시 연애하는 기분으로 여생을 마치려면 인생 말년에는 남편과 떨어져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 작가 라이자가 말하는 중년여성의 고독해결 방법이다.
워커홀릭인 라이자의 남편은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으나 부인이 바람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별거 아이디어에 동의했다. 왜냐하면 자신도 고독을 느껴 왔으며 거세진 부인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한다. 부인 라이자는 부동산투자를 겸해 남편의 집에서 가까운 것에 콘도를 얻어 독립했다. 이들은 매일 전화하되 1주일에 두 번 만나 데이트하고 부인은 낮에 남편 집에 가서 음식을 만들어 놓는 등 아내의 의무는 계속하고 있다.
이들은 별거에서 무엇을 얻었을까. 부인 라이자는 ‘부부 간의 존경’이라고 말하고 있다. 별거한 후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되고 남편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으며 이것이 존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연애하는 기분으로 중년부부 생활을 하고 있다면서 남편도 너무 행복해 한다고 했다. 별거가 중년부부의 행복의 비결이라. 개인의 자유가 점점 강조되는 21세기에서는 일리가 있는 새로운 패턴의 중년부부 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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