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시절 나는 판문점에 취재 갈 때 마다 북한쪽에 있는 판문각과 그 건물 뒤에 무엇이 있을까 항상 궁금했다. 드디어 나는 몇 년전 미국시민 자격으로 인민군의 안내를 받아가며 판문각에서 남쪽을 바라다보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인민군 안내장교는 말끝마다 “미 제국주의 놈들의” “그놈의 새끼들의 코를 우리가 납작하게 만들어 놓았고” 운운 하니까 함께 간 일행 중 한사람(목사)이 참다못해 “아니 우리가 미국시민인데 우리 앞에서 미국 놈 운운하면 어떻게 합니까”라고 항의 하니까 그다음부터는 ‘미국 놈’ 소리가 없어졌다.
그런데 내가 전혀 몰랐던 것은 정전협정을 맺은 역사적인 장소와 테이블 등 대부분의 기념물이 북쪽에 있다는 사실이다. 정전협정 조인장 앞에는 내 키를 넘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는데 거기에는 이렇게 새겨져 있었다.
“정전협정 조인장 - 1950년 6월25일 조선에서 침략전쟁을 도발한 미 제국주의자들은 영웅적 조선인민군 앞에 무릎을 꿇고 이곳에서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에 조인하였다.”한국전쟁도 미국이 일으켰고 그리고 미국의 완전항복으로 끝났다는 이야기다. 역사를 이런 식으로 왜곡 표현하는 북한은 대화하기 힘든 상대라는 것을 실감했다.
6.25는 김일성이 남한을 해방시키기 위해 일으킨 전쟁이다. 그리고 남한을 해방시키지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것만으로도 김일성은 한국전쟁에서 패전한 인물이다. 북한이 휴전협정 조인 기념일을 ‘전승절’이라고 부르며 대대적인 퍼레이드를 벌이는 것은 김일성의 오판에 의한 역사적인 실수를 커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은 왜 정전협정에 사인하지 않았는가. 미국이 한국의 방위에 대해 아무런 약속 없이 휴전에 동의한 후 철수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한미방위조약 체결 없는 휴전조인을 결사반대 했다. 김일성의 약속은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북한은 중공과 상호방위조약을 이미 체결했는데 미국이 한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이승만은 막무가내로 고집을 부렸다. 프란체스카 여사의 회고에 의하면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이런 고집을 부리는 이승만을 참모들에게 ‘Sick Man Lee’라고 불렀다고 한다. 결국 미국은 이승만 대통령의 북진통일 위협에 못 이겨 휴전직전 한미방위조약을 체결했다. 이것이 오늘의 한국안보를 뒷받침 해주고 있는 한미방위조약이다. 이승만이 앞을 내다볼 줄 아는 뛰어난 정치인이었다는 것은 오늘의 한반도 현실이 증명해주고 있다.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아 한국에서는 요즘 정전협정을 평화조약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역사를 공부하지 않는 한심한 사람들의 자세다. 월남 패망을 잊었는가. 월남은 월맹과 평화조약을 맺은 지 2년 후 망했다. 월맹의 전략은 우선 미군을 철수시킨 후 월남 내부에 반정부세력을 키워 정국혼란을 일으키며 이때 베트콩이 전쟁을 일으키면 이를 후원하는 명목으로 전격전을 벌인다는 것이었는데 각본대로 성공했다. 거리에서 ‘민주주의 회복 ‘운운하며 몸을 불사르던 스님들이 월맹을 도운 결과를 초래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남북평화조약에는 주한미군 철수가 전제되어 있다. 북한의 전략은 월맹의 전략과 너무나 비슷하다. ‘미군철수-반정부 데모-정권내부 갈등-미국 내 반전여론 일으키기’가 월맹의 남침 메뉴였다. 한국이 이 메뉴의 순서를 밟는 날엔 비극의 골목으로 들어선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조약? 웃기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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