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아더는 나의 부모님의 영웅이었다. 나의 어머님은 6.25전쟁 이야기만 나오면 “우리가 맥아더 장군 때문에 살아남았지 그 사람 아니었더라면 괴뢰군에게 온 가족이 총살당했거나 굶어 죽었을 거야”라고 말씀하시던 것이 기억난다.
우리 가족은 북한이 남침했을 때 서울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국군이 지금 각 전투에서 승리하고 있으며 서울을 사수할 것‘이라는 녹음방송을 나의 부모님은 철석같이 믿었다. 정부 관리들이 미리 이 내용을 녹음 해놓고 자신들은 모두 서울을 빠져 나갔으리라고는 전혀 예측을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국민들의 정부 불신은 유난히 심한데 6.25때 서울 사수 허풍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일성이 처음 서울을 점령했을 때는 인심도 좋았다. 쌀 배급도 주면서 서울 시민을 포용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미군참전으로 전세가 불리해지자 막판에는 국군과 경찰 가족 색출작업을 강화해 무차별 연행했다. 우리 집안에는 삼촌을 비롯, 국군장교가 3명이나 돼 영락없는 반동분자 가족이었다. 당시 초등학생인 나도 집안에 떠도는 그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
낙동강 전투는 지루하게 계속되어 앞이 내다보이지 않았다. 피난못간 서울 시민들은 식량난으로 굶어죽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런데 9월 어느날 갑자기 인천 쪽의 하늘이 벌겋게 타오르며 포성이 희미하게 들렸다. 맥아더의 인천상륙 작전이 성공한 것이다. 그의 야심에 찬 인천상륙 작전이 아니었더라면 우리 가족이 어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맥아더의 인천상륙 작전은 그가 필리핀 탈환전쟁에서 일본군을 우회 공격하여 항복을 받아낸 홀란디아 상륙작전의 재판이다. 그러나 명장으로 불리는 맥아더도 한국전쟁에서 크게 오판해 수많은 미군을 죽게 한 과오를 범한 적이 있다. 중공군의 참전을 전혀 예상 못한 사실이다. 그는 압록강까지 유엔군이 진격했을 때 트루먼 대통령에게 “두달 안으로 전쟁을 끝내겠다”고 보고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중공군이 참전하자 그의 참모장인 윌로비 장군은 30만명인 중공군 병력을 3만명으로 보고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중공군이 밤에만 움직여 완전 오판, 이 때문에 미군은 후퇴 계획을 잘못 세워 미해병 1사단의 3분의2가 전사하거나 포로가 되는 비운을 겪었다.
트루먼 대통령이 맥아더를 해임시킨 것은 맥아더의 중국본토 폭격과 핵무기사용 주장도 이유겠지만 직접적인 동기는 맥아더가 트루먼의 한국전쟁 실책을 조목조목 지적한 편지를 조세프 마틴 공화당 원내총무에게 보내 대통령의 작전 무지를 까발려 트루먼이 격분한 것이다. 또한 애틀리 영국 수상 등 참전연합국 지도자들이 맥아더의 원맨쇼와 중국본토 확전에 깊은 우려를 표시한 것도 맥아더 해임에 기름을 부었다.
트루먼 대통령이 자신의 지시를 무시하는 맥아더장군을 미리 해임하지 못했던 것은 맥아더가 예편하면 공화당 대통령후보로 자신과 맞설까봐 두려워서였다. 역사가들은 만약 듀이 대신에 맥아더가 공화당후보로 나왔었더라면 당선 되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당시만 해도 미국 지도층은 유럽에 치중해 있었으며 “극동정세가 앞으로 세계정세를 좌우한다”고 외치는 맥아더의 주장을 촌스럽게 여겼다. 맥아더는 필리핀 미군사령관, 일본점령군 사령관, 한국전쟁 유엔사령관을 골고루 지내 누구보다 극동정세에 밝았다. 그는 항상 시대의 흐름에 너무 앞서 갔다. 그래서 받아들여지지 못한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너무 앞을 내다보는 사람은 환영받지 못한다. 그러나 6.25를 겪은 우리세대에게 그는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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