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날’ 주간에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한 샌타모니카 사건은 아버지인 우리들에게 충격적이다. 더구나 범인인 아들 존 자와리(23)가 남긴 유서는 쇼킹하기까지 하다. 경찰이 밝힌 그의 유서를 보면 아버지가 죽음으로써 어머니가 아버지의 부동산 일부를 소유하게 돼 어머니는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여생을 보낼 것이라는 내용으로 되어있다. 쉽게 말해 가족을 학대한 아버지를 죽여 어머니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는 발상이 범행동기다.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사랑의 상징이지만 아버지는 좀 다르다. 사랑 아니면 증오의 관계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어머니를 증오하는 자식은 드물다. 포드 대통령은 어릴 때 자신과 어머니를 버리고 도망간 아버지를 증오해 원래의 성인 ‘킹’을 버리고 계부인 ‘포드’의 성을 택했으며 대통령시절 친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고도 장례식에 가지 않았다.
레이건 대통령도 알콜 중독자인 아버지를 미워했으며 클린턴도 계부와 사이가 나빴다. 오바마 대통령도 표현은 않지만 자신과 어머니를 버리고 케냐로 돌아간 생부를 좋아한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의 아버지가 자동차사고로 숨졌을 때 오바마가 생부의 장례식에 참석했다는 기사를 나는 읽은 적이 없다.
어머니의 사랑은 조건도 없고 무한정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사랑은 조건적이다. 아들이나 딸이 자기가 원하는 기준에 도달해야 사랑을 베풀지 말썽 일으키거나 기준미달의 성격을 지니면 쓰다듬어 주지 않는다.
뉴욕타임스의 월남전 특파원이었으며 작가인 데이빗 핼버스탬이 퓰리처상을 수상하는 자리에서 “돌아가신 아버지가 오늘의 이 장면을 보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말한 것이 기억난다. 의사인 그의 아버지는 문학을 좋아하는 아들을 늘 못마땅하게 여겼던 모양이다. “오늘 이 자리를 아버지가 보았으면” 하는 것이 어찌 핼버스탬 뿐이랴. 박근혜대통령도 바로 그런 사람에 속한다. 어머니와 아버지까지 잃은 비운을 극복하고 대통령까지 된 자신을 아버지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몇 년전 월간잡지 신동아에 ‘아버지를 생각한다’는 타이틀로 딸 박근혜의 글이 실린 적이 있다.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은 박근혜가 프랑스에 유학 가있을 때 청와대 뜰에 무슨 꽃이 어떻게 피었다는 것까지 적어 보내면서 딸을 그리워했고 “근혜에게서 편지가 왔어요”하면 빨리 보기 위해 계단을 두 개씩 뛰어 넘어 서재로 달려 왔다고 한다. 그리고 육영수 여사가 비운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박근혜가 파리에서 돌아오던 날은 김포공항에 마중 나가 딸을 위로했던 것으로 그려져 있다. 박정희 대통령의 딸 사랑은 유난했던 것 같다.
아버지가 자녀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으려면 어머니의 도움이 필요하다. 어린 시절 자녀들의 아버지 이미지는 대부분 어머니의 표현에 의해 좌우된다. 탈무드에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목이 마를 때는 아버지에게 물을 가져가야 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왜냐하면 어머니에게 먼저 드려봤자 어머니가 그 물을 아버지에게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주는 아버지의 날인데다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한 샌타모니카 사건으로 마음이 착잡했다. 나는 사랑받는 아버지인가, 미움 받는 아버지인가. 세상의 아버지들이 아버지 날마다 한 번씩 자신을 들여다 볼 일이다. 자녀에게 존경받는 아버지 - 그 사람이야 말로 인생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이다. 아무리 돈 많이 벌고 출세했더라도 자식으로부터 미움 받는 아버지는 실패한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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