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자 세계는 한 다리만 거치면 이래저래 다 아는 사이다. 윤창중을 아는 고참 언론인들은 “내 그럴 줄 알았어” “그 사람 쳐다볼 때마다 아슬아슬 했었어”라며 올 게 온 것이라고 평한다. 윤창중은 평소 행동이 너무 튀고 극단적이라 화끈하기는 한데 실수가 많다는 것이다.
윤창중은 극우파 논객이었다. 그는 펜을 조자룡의 칼처럼 휘둘렀던 언론인이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인정사정없이 두드려 팼다. 안철수, 문재인을 덜 익은 정치인으로 낙인찍었고 문재인을 지지한 정운찬(전 총리), 김덕룡(민화협의장)을 정치적인 창녀로 불렀다. 박근혜 측근들이 제일 미워하는 전여옥 의원도 윤창중에게 되게 두드려 맞았다. 아무도 언급하기 두려워하는 이야기를 그는 겁 없이 끄집어내 상대방을 패대기치는 식으로 공격했다. 윤창중 칼럼은 보수파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으며 박근혜 후보가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먼저 읽는 칼럼이 윤창중 칼럼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 선거진영에서는 우상에 가까울 정도의 인기를 누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윤창중 칼럼의 팬이었다. 박 대통령은 윤창중이야말로 자신의 철학을 조리있게 표현할 수 있는 대변인이라고 생각하고 그를 참모1호로 기용한 것 같다. 윤창중이 인수위의 대변인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깜짝 중의 깜짝 인사였다.
‘인간에게 있어 가장 큰 희망은 인간이다. 그리고 가장 큰 실망이다’라는 서양금언이 있다. 지금 ‘박근혜와 윤창중의 인간관계’가 그렇게 되어 버렸다. 박대통령은 윤창중에 대해 실망을 넘어 깊은 인간적인 배반감을 느꼈을 것이다. 갖은 비난 속에서도 기죽지 말라고 격려까지 해주었는데 겨우 보여준 능력이 성추행이 되어버리고 말았으니 말이다. 삶에서 만남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박 대통령도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인연이 악연으로 변한 것이다.
보스가 직접 픽업한 인물은 기고만장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되면 조직의 기강이 무너져 별별 일이 다 일어나게 되어있다. 인사는 적재적소라야 한다. 이병철 회장이 왜 장남과 차남을 놔두고 3남(이건희)을 후계자로 삼았는가. 능력을 너무나 중시했기 때문이다.
글 잘 쓰는 사람이 곧 능력있는 대변인은 아니다.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보좌관이다. 성격이 모가 나고 적을 많이 둔 사람은 대통령의 생각을 전달할 때 설득력을 잃는다. 게다가 글 잘 쓰는 사람은 인기가 많아 오만해지기 쉽다. 오만해지면 지혜를 잃는다. 겸손할 줄 모른다. 이번 사건의 앞뒤를 맞추어보면 윤은 주사가 있는데다 무책임한 사람이다. 보좌관 자리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의리 인사의 한계다.
기자들은 스트레스가 많아 술을 좋아한다. 그중에는 만취하면 기인적인 행동을 보이는 스타일이 있는데 윤창중이 그런 케이스다. 윤창중의 아킬레스건이 술이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데 박 대통령만 몰랐던 것 같다. 그래서 인사는 혼자하면 위험천만인 것이다.
그가 지금 신문사에서 글을 쓰고 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여전히 보수논객으로 인기를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기자 세계에서 흔히 떠올리는 속담으로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된다’ 라는 말이 있다. 윤창중 스캔들은 정부요직을 꿈꾸는 언론인들에게는 타산지석이다. 분수를 모르고 과욕을 부리면 몇 십년 쌓은 인생의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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