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만남은 만남 자체가 하나의 역사다. 한국 최초의 여성대통령과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의 회담이었으며 한국의 가장 보수적인 지도자와 미국의 가장 진보적인 리더의 만남이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희망을 주는 대통령이다.
한미동맹 60주년을 맞아 열린 이번 정상회담의 요지는 북한의 핵위협에 양국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의 방법론이었다. 이에 대해 한미 양국 정상은 앞으로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는 절대 보상이 없겠지만 그들이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올바른 길을 걷기만 한다면 대북화해 정책을 펴 나간다는 것이 한미동맹 60주년 기념선언이다. 미국은 북한이 이같은 길을 가도록 하기위해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압력을 가하도록 적극 돕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핵심내용에 오바마 대통령이 기꺼이 동의한 것이 회담의 성과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이 이처럼 한미동맹 60주년을 맞아 북한제재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지니고 있는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미국이 나토동맹국들과 맺은 방위조약은 전쟁 등 유사시 미국이 자동개입 하도록 되었다. 그러나 한미방위조약은 유사시 자동개입이 아니다. “공동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각자의 헌법상의 수속에 따라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라고 방위조약 제3조가 규정하고 있다. 즉 미국의회의 동의가 있어야 전쟁에 개입할 수 있다는 조건부 약속이다. 그러나 북한과 중국이 맺은 조중 방위조약은 양국이 전쟁에 자동 개입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북한이 도발해왔다고 가상해 보자. 한국 입장에서는 미의회가 과연 한반도에서의 전쟁개입을 승인해 2개의 전선을 만들겠느냐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한미방위조약 제3조 개정을 한국측이 여러번 촉구했지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틀림없이 제시했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동의한 이면에는 한미방위조약의 취약점을 보강한다는 뜻도 담겨져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한 역대 한국 대통령 중에 미국민은 물론 미주한인사회로부터 가장 열렬한 환영을 받은 것 같다. 여성 대통령이라 그런지 인기가 대단하다. CBS 방송은 박 대통령을 “기가 막힌(facinating) 리더”라고 표현했으며 뉴욕에서는 한인 젊은이들이 “사랑해요, 박근혜”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유엔본부 건물에 몰려가기도 했다. 어디를 가나 겉치fp 환영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환영을 받는 것 같다. 무엇보다 도착지에서 제일먼저 교포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박 대통령의 섬세한 자세가 마음에 든다.
싫든 좋든 한미관계는 한국인들이나 미주한인들 모두에게 사활이 걸린 문제다. 이명박 대통령이 식어가는 한미관계를 다시 살려 놓았고 그 위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꽃을 피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박근혜 외교의 풍향계라고 말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무력이 아닌 외교력으로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정책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한 적도 있기 때문에 박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과는 달리 외교감각이 있는 대통령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한국정치에서 ‘박근혜 외교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외교 분야에서 이승만 대통령 이후 처음 보는 유능한 대통령이 탄생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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