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기분이 상쾌해야 하는데 요즘엔 아침마다 불쾌하다. 자고 일어나면 북한의 새로운 공갈협박이 하나씩 터져 나오고 이에 대응하는 한국과 미국의 강경자세가 맞물려 긴장상승 효과를 자아낸다. 아침에 TV뉴스와 라디오 방송 듣기가 두렵다.
오늘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핵무기 제조용으로 재가동 하겠다고 엄포를 놓은데 이어 미국이 해상 레이더와 신예 구축함을 한국 해안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한반도에 최첨단 전력을 총동원 배치하는 셈이다. 게다가 주한 외국대사관들이 유사시에 대비해 자국 국민을 철수시키는 준비를 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튀어 나왔다. 이러니 어찌 상쾌한 아침이 가능 하겠는가.
필리핀 정부는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필리핀인 4만명을 유사시에 배에 실어 대피시키는 계획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태국 정부도 자국민 대피계획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도 비밀리에 유사시 한반도에서 미국민들을 어떻게 철수 시킬 것인가를 고려하고 있겠지만 미국이 자국민 철수계획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나가면 한국에 대혼란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일체 입을 다물고 있다. 김영삼 정부 때 유사시 미국민 철수계획을 짰다가 YS로부터 엄중 항의를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아무도 명쾌한 대답을 내놓을 수가 없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가라는 질문에는 ‘가능성이 있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무엇보다 김정은이 1호 전투 근무령을 내렸고 북한이 공식적으로 “이 시각부터 북남관계는 전시상황에 들어간다”고 발표한데 이어 박근혜대통령이 “북한이 도발하면 정치적 고려를 하지 말고 초전에 강력 대응하라”는 지시를 내렸기 때문에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의 충돌장면을 연상케 한다. 김정은과 박근혜대통령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를 다 써가면서 벼랑 끝 게임을 하면 휴전선이나 서해안에서 평소에도 있었던 사소한 충돌이 국지전으로 번질 수 있다. 실수로 전쟁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김정은이 정말 전쟁을 원할까. 김정은이야말로 북한에서 가장 전쟁을 원하지 않는 사람에 속할 것이다. 전쟁 나면 북한도 불바다가 되고 김일성 왕조도 무너져 내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나라고 군인들은 전쟁을 선호한다. 더구나 북한은 ‘선군정치’를 내걸어 군이 절대적으로 파워를 휘두르는 군부 독재체제다. 이들은 미국과의 한판 전쟁을 대단히 영광스러운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도 미국에게 무릎을 꿇었으나 북한만이 미국과 맞서고 있다는 것이다. 한번 붙어보자는 말을 쉽게 한다. 착각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군인은 항상 강경파이기 마련이다. 한국군인들 중에도 “북한과 어차피 한번 충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쟁 일어나면 계엄령이 선포될 것이고 그러면 꼴불견인 종북 세력을 소탕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계산도 포함되어 있다. 김정은과 박근혜대통령이 군부의 의견에 너무 휘둘리면 한반도 정세판단에 오판을 범할 수가 있다. 히틀러가 자신의 최후를 미리 TV로 보았다면 전쟁을 일으켰을까. 부시가 이라크 전쟁의 제2막을 미리 보았다면 이라크 침공을 감행 했을까. 김정은이 6.25 기록영화를 다시 한번 본다면 자신의 할아버지인 김일성이 얼마나 큰 오판을 저질렀는지 배우는 것이 있을 것이다. 모든 전쟁은 오판에 의해 저질러진다. 오판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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