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식에 100만 명의 신도가 참석했다. 게다가 31개국의 대통령, 6개국의 국왕, 11개국 총리가 참석했다니 숫자상으로만 보아도 대단한 행사다. 각국에서 몰려든 취재기자만 5,000여명이다. TV마다 좋은 앵글을 차지하기 위해 자리싸움이 치열했다. 로마에서 베드로 광장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호텔은 아틀란테 스타 호텔인데 일본과 미국 TV 방송국들이 이 호텔 옥상을 차지하려는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CBS가 18만 달러를 내고 이 자리를 차지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새벽 2시30분(서부시간)부터 CNN에서 현장중계 했는데 교황이 차에서 내려 들것에 실린 병자에게 성호를 긋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추기경 시절에도 버스를 타고 다니고, 혼자 음식을 만들어 먹고, 추기경 유니폼이 아닌 평신부 사제복을 입고 다니고, 가난한 사람들을 유난히 사랑한 성직자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겸손한 성직자가 교황에 선출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가톨릭계에 무언가 새바람이 일어날 것 같다.
지난 몇 년 동안 바티칸은 침체일로에 놓여 있었다. 교황을 보좌하는 추기경 중에 가장 중요한 직책은 바티칸 국무장관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보좌하던 국무장관은 이탈리아의 베르토네 추기경이었는데 그는 너무 정치적인데다 재정 관리를 잘못했고 다른 추기경들과도 대화불통이어서 교황이 귀가 어둡다는 소리가 내부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참다못한 파올로 사르디 추기경(이탈리아)이 바티칸이 이래서는 안된다며 혁신내용이 담긴 ‘교황 베네딕토 16세에게 드리는 편지’라는 것을 교황에게 보낸 적이 있는데 이 편지내용이 밖으로 새어 나간 것이 이른바 바티칸 비밀문서 누출사건이다.
그동안 가톨릭 내부에서도 바티칸의 추기경들이 너무 귀족화되고 관료화되어 동맥경화증이 일어나고 있다는 자아비판이 일기 시작했으며 비엔나의 쉔보른 추기경은 바티칸의 커뮤니케이션 불통을 공공연히 지적하기도 했다. 비엔나 추기경들은 진보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오래전 프란츠 퀘니히 추기경은 콘클라베의 비밀투표에 대해 “사실상 바티칸 내의 3-4명 추기경이 의논하여 교황을 선출하는 선거”라고 충격적인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이는 이탈리아 추기경들이 바티칸을 쥐었다 폈다 하는 것을 비난한 것이다. 그후 폴란드 출신의 바오로 2세가 처음으로 비 이탈리아계 교황에 선출되는 대변화가 일어났다.
교황이 추기경들을 꾸짖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제까지 같은 추기경이었던 데다 무엇보다 자기를 교황으로 뽑아준 사람들이라 아무래도 인간적인 면에서 함부로 대할 수가 없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면 바티칸에 동맥경화증이 생기고 교황청 참모들이 관료화 된다. 이 같은 현상이 베네딕토 16세에 이르러 심해지자 추기경들이 걱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검소하고 겸손하기로 유명한 아르헨티나의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을 교황으로 선출한 이면에는 자성의 분위기가 깔려있다. 베네딕토 16세가 “나는 구세대의 마지막이며 새 교황이 새 시대를 열 것”이라고 말하며 은퇴한 것은 대단한 용기며 그의 은퇴가 없었다면 바티칸은 깊은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교황 프란치스코가 바티칸에 새바람을 불어 넣을 수 있는 것은 베네딕토 16세의 용퇴에 힘입은바 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교와 학문연구를 중요시하는 예수회 소속 성직자이기 때문에 매우 진보적이지만 교리 면에서는 동성연애와 낙태를 철저히 반대하는 보수파다. 추기경들부터 낮은 자세로 신앙을 행동으로 시범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신자들의 기대가 크다. 가톨릭이 젊어지려면 새바람이 일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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