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어‘지하드(Jihad)’란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둘러싼 이색적인 광고전쟁이 시카고에서 뜨겁게 불붙고 있다. 이슬람 교리로‘고투’ 혹은‘분투’를 의미하는‘지하드’를 테러와 연관시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행동강령으로 간주하는 친 이스라엘 세력과“더 좋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 어려움을 견디며 싸운다”는 일상적인 삶의 영적 원리라고 강조하는 친 이슬람 세력 간의 대립이다.
“지하드 격퇴하라”에“나의 지하드” 캠페인 맞불
“지하드의 진정한 의미는 보다 나은 삶의 개선 노력”
지난해 뉴욕에서의 반 지하드 광고를 계기로 시작된 친이스라엘 성향의 미국 자유수호협의회(AFDI)와 미국 이슬람연합(CAIR)의 광고캠페인 대결은 시카고에서 본격적으로 부딪치면서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슬람 측에서는 영적인 개념인 지하드가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테러와 연관 지어져 왜곡되어왔다고 지적하며 “나의 지하드(My Jihad)”란 캠페인을 통해 진정한 의미를 되찾겠다고 다짐한다.
그 첫 시도로 지난 12월부터 시카고 시내 25대 버스에 ‘나의 지하드’ 광고가 게재되기 시작했다. 머리에 두건을 두른 한 무슬림 여성이 아령을 들고 근육운동을 하면서 “나의 지하드는 바쁜 일정에도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당신은 지하드는 무엇인가?”라고 묻는 내용이다.
2월 들어서는 완전히 다른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부착한 시내버스들이 곳곳에서 달리기 시작했다. AFDI 측이 ‘나의 지하드’ 광고를 패러디해 반격에 나선 것이다. 9.11 테러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과 2010년 뉴욕 타임스퀘어 차량폭발을 시도했던 파이살 샤자드 등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사진과 발언을 인용한 광고다. 그중 하나는 한 하마스 TV방송에서의 인용이라며 “유대인들을 죽이는 것은 알라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경배”라는 게 “그의 지하드다. 당신의 지하드는 무엇인가?” 라는 문구가 테러리스트를 연상 시키는 한 청년의 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
양측의 논쟁은 지난해 AFDI 측 파멜라 겔러 사무국장이 무슬림을 ‘야만인’에 비유한 광고를 뉴욕시 지하철에 게재하려고 시도하면서 시작됐다. 겔러 국장은 뉴욕 9.11 테러현장 주변 이슬람 사원 건립에 반대하는 운동을 주도한 것으로 유명한 여성운동가다.
당시 뉴욕 도시교통국(MTA)은 특정집단을 비하하지 말아야 한다는 자체 정책에 따라 이 광고를 거부했다. 그러나 연방법원은 수정헌법 1조에 명시된 ‘표현자유의 권리’를 들어 MTA의 결정에 위헌판결을 내렸다.
승소한 AFDI 측에 의해 지난 9월 게재된 광고의 내용은 이렇다 : “문명인과 야만인 사이에 전쟁이 벌어진다면 무조건 문명인을 지원하라. 이스라엘을 지지하라. 지하드를 격퇴하라“
이 사태를 지켜보며 CAIR 시카고 지부 아메드 레합 사무국장은 논쟁의 초점이 ‘지하드’가 아닌 ‘야만인’에 맞추어져 있는 것을 보고 무슬림 커뮤니티의 평화로운 신념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를 절감했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우리 눈앞에서 우리 믿음의 핵심이 훼손당하는 것을 목격해왔다”는 레합은 이슬람계 아버지들이 자녀들에게 “전화할 때 절대 지하드에 관해 말하지 말라, 공공장소에서 지하드란 말을 해선 안된다”고 주의 주는 것을 더 이상 참기 힘들다고 개탄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오랫동안 병상에 시달리며 “투병이 나의 지하드”였다고 말했던 자신의 할머니에 관한 동화를 올리기도 했다. 모금을 시작했고 리빙룸 미팅을 시작했으며 지난해 12월부터는 시카고 시내버스 광고부착으로 본격 캠페인을 시작한 것이다. ‘나의 지하드’ 광고 캠페인은 샌프란시스코와 워싱턴 DC의 버스와 서브웨이 빌보드 등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AFDI 측도 이번 주부터 워싱턴 DC 일대에서 버스와 전철 광고판에 반 지하드 광고를 올리기 시작했다. 다음 주부터는 샌프란시스코 시내버스에도 광고를 싣는다.
광고전쟁이 미 전역으로 확산된 것이다.
CAIR 시카고 지부는 ‘나의 지하드’에 이어 현재 후속광고를 준비 중이다. 지난달 시카고 다운타운의 한 고층건물 15층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출연한 광고촬영을 끝냈다. 이들의 ‘나의 지하드’는 다양하다…학교에서 왕따에 맞서는 어린이, 싱글맘으로 새 생활을 시작한 이라크 피나민, 체중감량을 시작한 남성 등등. 앞으로 2주 내에 광고를 게재할 예정이나 구체적 시기와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다.
“그들이 계속하는 한 우리도 계속할 것”이라며 전국적 반지하드 광고캠페인의 확대를 다짐하는 AFDI의 겔러 국장은 “지하드의 실체와 지하디스트들의 발언으로 테러리즘의 근본 뿌리를 밝히려는 목적”이라며 CAIR 측의 ‘나의 지하드’ 광고는 “미국인들을 무장해제 시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CAIR이 과거 의회공화당 협의회의 감사 대상이었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나 찬반논쟁을 떠나 AFDI 측의 광고 내용에 대해선 비판이 거센 편이다. 유대계 그룹인 ‘반명예훼손 연맹’의 한 책임자까지 “편협함의 메시지이며 모든 공동체 사이의 갈등을 심화 시킨다”고 비판했다.
라이스대학 이슬람학 교수 데이빗 쿡에 의하면 ‘지하드’라는 용어는 수세기동안 ‘신이 허용한 폭력’과 연관 지어져 왔으나 1800년대 말 이후 진보적 무슬림 그룹에 의해 평화적인 의미로 해석되어 왔다.
이들에게 지하드는 단순히 종교적인 면에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니고 인간생활 전반에 걸쳐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개선하려는 모든 노력에 해당한다. 즉 학생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사회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합일된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 자신의 직업에 충실하게 임하는 것, 이 모든 일상의 개선 의지 및 노력이 지하드일 수 있다고 이들은 강조한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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