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5만개의 청기와로 지어진 건물이다. 이승만 대통령 때는 경무대로 불리었으나 윤보선 대통령 시절 ‘청와대’란 이름으로 바뀌었다. 구 건물은 일본총독이 쓰던 집무실인데다 청와대 안에 한옥이 하나도 없어 외빈에게 체면이 안 섰다. 그래서 노태우 대통령 때 현재의 청기와 건물을 지은 것이다.
청와대가 처음 선보였을 때 나는 이상하게도 대통령의 집무실이라기보다 요정 삼청각이나 대원각(후일 법정스님의 길상사)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때까지는 한식건물이라면 으레 요정이나 밥집을 연상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완공(1991년) 되었을 때 “저렇게 생긴 기와집에서 대통령이 근무한다? 그것 참 상상이 안 되네. 비서실은 사랑방 식으로 되어있나?” 등등 궁금한 것이 많아 꼭 한번 구경하고 싶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초청손님 아니고는 절대 발을 들여 놓을 수가 없는 청와대 본관을 무슨 수로 구경하랴.
어느 날 내가 대통령의 손님으로 청와대 본관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김대중 대통령과의 단독인터뷰가 이루어진 것이다. 대통령 집무실은 청와대 2층이다. 붉은 카펫이 깔린 2층으로 올라가보니 밖에서 보기보다 내부가 상당히 넓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식을 마치고 청와대로 들어왔을 때 붉은 한복 두루마기를 입고 계단에 오르던 그곳이 바로 대통령 집무실로 올라가는 계단이다. 아래층은 대통령 영부인 사무실로 쓰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15년이나 살았으니 고향에 돌아온 기분일 것이라는 TV 보도가 있었는데 “고향에 돌아온 기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구 일본 총독 집무실과 관저를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도 현재의 청와대 건물, 특히 숙소인 관저는 전통양식인 기와집으로 지어져 있어 취임 첫날 이 한옥에서 자면서 좀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 촌사람인 내가 청와대를 구경하고 느낀 점이 있다. 비서실장과 대통령보좌관들이 한 건물에서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걸어서 10분 거리의 별관 건물(위민관)에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 집무실인 본관에는 대통령밖에 없다. 비서들도 대통령 만나기가 힘들다. 대통령에게 바른 말을 하려해도 대통령이 불러야 얼굴을 볼 수 있다. 본관에는 얼씬거릴 수가 없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딸 것 아닌가. 이것이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은 가뜩이나 ‘불통’이라는 말을 듣는데 허허벌판 같이 넓은 본관 건물에서 혼자 근무하면 비서들과 어떻게 소통하겠다는 건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물론 비서관들이 있는 위민관에 약식 대통령 집무실을 만들어 놓았지만 대통령은 이곳에 별로 머물지를 않는다. 일반 회사에서도 사장실이 너무 떨어져있고 넓으면 참모들이 주눅이 들어 소통이 안 되기 마련이다.
박대통령은 여성인데다 독신이다. 밤이 되면 대통령 측근에는 경호요원 등 3명밖에 없다. 호화스런 감옥이다. 이전에는 영부인들이 대통령의 야당역할을 했는데 박근혜대통령은 그 적적하고 삭막한 청와대에서 어떻게 소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건지 상상이 안 된다.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후보가 지난번 선거 때 왜 청와대 이전을 들고 나왔는지 참고해야 한다. 비서실장이 10분씩 걸어가서야 쓰겠는가. 잘못하면 박 대통령이 ‘불통의 여 대통령’으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있다. 희망의 새 시대를 열려면 대통령이 국민들과 소통해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대통령이 참모들의 의견부터 쉽게 경청할 수 있어야한다. 현재의 청와대 건물은 불통 만들어내는 공장이다. 청와대를 뜯어 고치는 것이 새 시대를 알리는 첫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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