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산 조망대
칼럼 제목이 좀 아리송해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김종훈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 임명하면 안 된다는 얘기인지,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그게 왜 안 되냐고 따지는 얘기인지 헷갈리겠다. 하지만 그의 장관후보 지명을 놓고 “된다”는 측과 “안 된다”는 측은 헷갈리지 않고 확연하게 갈라져 있다. 내 생각은 “된다”가 아니다. “돼야 한다”이다.
김종훈의 문제점은 우선 그가 미국 시민권자라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미국 시민권자 출신’이다. 그는 지난 14일 한국국적을 회복했다. 일부 사람들은 그가 미 해군에 자원입대해 7년간 장교로 복무하면서 미국에 충성을 다짐한 ‘완벽한 미국인’ 신분이었다가 박 당선인에 의해 장관후보로 지명되기 사흘 전에 부랴부랴 한국국적을 회복했다며 비아냥한다.
더 큰 문제는 그가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깊은 인연’이 있다는 점이다. 그는 조지 W. 부시대통령 시절 CIA의 개편작업에 참여했으며, 2005년엔 CIA가 출자한 IT(정보기술) 벤처업체 ‘인큐텔’의 창립에 관여하고 그 회사의 이사를 지냈다. 그런 사람이 세계시장을 놓고 미국과 경쟁해야 하는 한국의 IT분야 수장이 되는 건 아무래도 불안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한인들에겐 생소하지만 김종훈(53)은 우리 1.5~2세들의 훌륭한 롤 모델이다. 그는 5세 때 부모가 이혼해 의붓어머니를 맞았다. 사춘기였던 15세 때 4남매가 부모를 따라 메릴랜드로 이민 와 푸드스탬프로 끼니를 이으며 어렵게 살았다. 김종훈은 2년 뒤 가출해 학교 수학교사 집 지하실에 기거하며 고학으로 존스홉킨스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해군제대 후인 1992년 벤처 방산업체를 세웠다. 이 회사가 6년후 나스닥에 상장되자마자 주가가 2배로 뛰었다. 그는 회사를 10억달러에 매각, 38세 때인 1998년 포브스지가 선정한 ‘미국 400대 부호’ 반열에 올랐다. 2004년에 미국 공학한림원(NAE)의 정회원이 됐고, 이듬해 45세에 통신분야의 미국 최고권위 기관인 벨연구소 사장이 돼 오늘에 이른다.
그의 성공신화는 IT의 기초 기술개발과 상용화는 물론 기업경영까지 어우른다. 이런 전문가를 박 당선인이 미래창조과학부의 초대장관으로 발탁한 것은 참 멋지다. 미국에서의 그의 경력은 불안요인이 아니라 오히려 활용할 자산이다. 정홍원 총리지명자도 김종훈의 자질을 거론하는 야당의원들에게 “이런 분은 돈을 주고 사서라도 모셔와야 한다”고 응수했다.
해외동포는 ‘출가외인’이 아니다. 이민 안 가는 것이 애국이 아니듯, 이민 간 후 미국에 충성하는 것이 변절도 아니다. 한국에 여성대통령이 나올 만큼 세상은 변했다. 국적은 이젠 개인과 국가의 이익을 위해 바꿀 수 있는 선택의 문제이다. 복수국적 소유자도 계속 늘어난다. 미국 내 유대인들은 조국 이스라엘이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가는 이중국적 소유자들이다.
따지고 보면 이승만도, 안창호도 재미동포였다. 카이스트 총장을 지낸 서남표박사도 미국 국적 소유자다. 뉴욕 한인회장 출신인 박지원은 귀국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오른 팔이 됐고 현재도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다. LA 변호사 유재건도 90년대 중반 영구 귀국해 국회의원을 역임하며 해박한 지식과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한국국회의 격을 높였다는 평을 들었다.
김종훈은 특히 1.5세라는 점이 귀하다. 미국에 살면서 마음은 한국에 있는 일부 1세들과 다르다. 그는 주류사회에서 최고수준까지 자수성가한 오른 보기 드문 1.5세다. 후세 중에 제2, 제3의 김종훈이 계속 나와야한다. 우리가 후세들에게 열심히 모국어를 가르치는 이유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대국으로 빠르게 부상하는 조국 한국도 그들이 진출할 프론티어이다.
김종훈의 CIA 연루를 이유로 장관임명을 결사반대하는 사람이 있다. 이석기 의원(통합 진보당)이다. 웃긴다. 그는 국회에서 애국가 제창을 거부한 종북좌파다. 천안함 폭침이 북한소행이라는 발표에 이의를 제기했고 최근 북한 핵실험에도 침묵했다. 미국에 살면서 미국에 충성한 김종훈보다 한국에 살면서 북한에 충성하는 ‘국적 불명’의 의원들이 훨씬 더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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