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 오전 10시(서울시간) 여의도 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다. 최초의 대한민국 여성 대통령 탄생이라는 점에서는 역사적인 순간이고 독재자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 대통령에 취임한다는 점에서는 드라마틱하다.
1998년 달성대첩으로 불리는 치열한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되는 순간 “부모님(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얼굴이 떠올라 숙연해 졌었다”고 말한 적이 있는 박근혜 당선인이고 보면 이번 대통령 취임식 날 청와대에 입성할 때는 그 감격이 남다를 것이다. 박 당선인 자신은 어릴 때 청와대가 어떻게 생겼을까하고 늘 궁금했었는데 아버지가 대통령이 되어 청와대에 첫발을 들여놓는 순간 받은 첫 인상은 뜰이 너무나 넓고 아름다웠던 것이라고 한다. 어머니 육영수 여사는 청와대로 이사온 후 딸 근혜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남에게 자랑해서는 안된다”며 겸손할 것을 누누이 강조했으며 그나마 며칠 후에는 자가용으로 통학하는 것이 남들 보기에 안 좋다 하여 근혜를 신당동 할머니 집에 다시 보내 키웠다고 한다.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식 날의 감격을 ‘내 생애 최고의 날’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그러나 그는 퇴임에 가까워서는 대통령이라는 것이 “영광은 짧고 고통은 긴 자리임을 느꼈다”고 털어 놓았다.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식 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부인 이희호 여사로 부터 “축하해요, 당신” 이라는 인사를 평생 처음 받았다고 한다. 그는 취임사에서 정치적 보복을 절대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 인상적이다. 흥분한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식 날 명륜동 아파트에서 경찰 오토바이의 호위를 받으며 떠나는 장면은 국민들에게 개천에서 용 나는 세상이 찾아 온 것을 실감케 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박근혜 당선인은 “왜 결혼 안 하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대한민국과 결혼했다”고 대답한 적이 있는데 이는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1세가 주변의 결혼 독촉에 “짐은 영국과 결혼하였노라”고 말한 것을 상기하면서 한 말인 것 같다. 엘리자베스 1세의 독신생활 고집은 사실 국민을 위해서라기보다 결혼하면 후계자 문제를 둘러싸고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벌어진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자식을 안가지기로 결심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유명한 바람쟁이 헨리8세의 두 번째 부인 딸인 그는 후계자 다툼으로 어머니 앤 볼린이 사형대의 이슬로 사라진 아픔을 겪었다. 결국 튜더 왕가는 엘리자베스 1세에서 맥이 끊어졌지만 그가 이룩한 업적은 영국의 전성기를 이룩했으며 국민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아버지와 딸이 대통령이 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필리핀에서는 반대로 어머니(코라손 아키노)와 아들(현 대통령 베니그노 아키노)이 대통령이 되는 정치이변이 일어났다. 더구나 아들 아키노 대통령은 독신인데다 한국계 필리핀2세 그레이스 리(TV 아나운서)와 연애 중이어서 화제가 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관심은 대단하다. 여성들 중에는 이날 취임식에 박근혜 당선인이 무슨 옷을 입고 나오느냐가 궁금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의상이 검소해 보이지만 그의 옷은 유럽 최고 디자이너들의 작품이다. 박근혜 당선인의 옷은 누가 디자인 한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의 연단에는 각국원수들이 아닌 사연 많은 평범한 시민들이 배석한다고 한다. 출연하는 연예인들도 하나같이 감격하는 표정들이다.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를 주제로 내건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은 여성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한국 정치사의 역사적인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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