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참모총장 하던 사람이 예편한 후 신사복을 입고 나타나면 어딘가 어울리지 않고 어딘가 힘없어 보인다. 대장 계급장을 단 군복을 입었을 때의 그 당당함은 전혀 찾아볼 길이 없다. 거기에다 국회의원 합네 하고 유권자들에게 고개 숙이고 다닐 때는 초라해 보이기까지 한다.
육군대장도 이 정도일진 데 대통령은 말해서 무엇 하랴. 옷 벗으면 힘없기는 마찬가지다.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비리와 관련해 검찰에 불려갔다 온 후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노무현 씨가 측근들에게 털어놓은 내용이다.
“권력은 돈하고 언론하고 검찰에 있습디다. 정치인들은 껍데기예요, 껍데기. 돈이 있어요? 힘이 있어요? 큰소리만 뻥뻥 쳤지 걸핏하면 감옥에나 가고...정말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대통령직을 물러나 평범한 민간인으로 돌아와 생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정치적인 보복이 겁나 평민으로 지내는 것조차 불안하다. 전두환 씨는 대통령직을 그만둔 후 국정자문회의를 만들어 대통령을 훈수하며 지내려다 백담사로 쫓겨 가는 수모를 겪었다.
한국에서 대통령에 당선 되는 것은 그나마 몇 사람이 시범 보인 적이 있으나 당선된 대통령이 박수 받으며 물러나는 것을 시범보인 정치인은 없다. 김영삼? 김대중? 모두 한국 현대사에서 혁혁한 민주투쟁을 한 정치인들이지만 대통령으로서는 막판에 오점을 찍고 물러났다. 자식들이 부정사건에 연루되었기 때문이다. 두 대통령이 임기말년에 어떤 고통을 겪었는가는 이들의 자서전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먼저 김영삼 대통령의 케이스를 보자.
“아들에게 검찰의 조사를 받게 한 데 이어 청문회에까지 세우는 아버지의 심정은 고통 그 자체였다. 나의 재임 중 가장 괴롭고 고독한 시간들이었다. 현철이의 등을 떠밀어서라도 진작 해외에 내보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일기도 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경우는 자신을 ‘지는 해’ 노무현 당선자를 ‘떠오르는 해’에 비교하면서 임기말년에 아들 때문에 겪은 비통한 심경을 이렇게 털어 놓았다.
“2002년 봄은 잔인했다. 아들들이 비리혐의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었다. 아내는 기도로 날을 보냈다. 어쩌다 아내가 구토하는 모습을 보았다. 아내는 정신적인 충격을 받으면 토하곤 했다. 마냥 혼자 있고 싶었다. 아내는 내 눈치만 살폈다. 우리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몇 시간씩 앉아있는 경우도 있었다.”
대통령 물러난 후의 심경이 얼마나 비참하게 느껴졌으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바위에서 뛰어내려 자살까지 했을까. 대통령직은 국민이 잠깐 빌려준 타이틀이다. 몇 년 후에는 주인인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하는 감투다. 한국에는 박수 받으며 퇴임하는 대통령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도 박수 받으며 청와대에서 물러나기는 틀린 것 같다. 퇴임 앞두고 형님을 감옥에 보내는 대통령이 되었으니 그 비통한 심경이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못지않을 것이다. 더구나 MB(이명박)는 BBK 사건에 다시 말려들 가능성도 있어 자신도 불안한 입장이다.
대통령에 당선된다는 것은 인간 최대의 성공으로 불리 운다. 그런데도 이들이 ‘성공한 대통령’으로는 인정받지 못 한다는 데에 성공의 두 얼굴이 있다. 대통령은 수퍼스타다. 그런데 왜 배용준 만큼도 인기를 유지하지 못할까. 유능한 대통령으로 인정받는 데만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박수 받으며 퇴임하려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박근혜 당선자는 ‘능력있는 대통령’보다 ‘사랑받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자신의 상징으로 삼아야 박수 받으며 물러나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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