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가인권위원회가 4일 여성 승무원의 유니폼을 치마로 제한한 아시아나항공에 바지를 선택해 착용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은 지난해 6월 “아시아나항공이 여성 승무원에게 치마 유니폼만 착용하도록 하고 머리모양은 쪽진 머리로 규정한 것은 차별”이라며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아시아나항공은 여승무원들에게 치마 길이, 귀고리 크기와 재질, 매니큐어 색상, 눈 화장 색깔 등 구체적인 용모 규정을 적용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나 측은 “고급스러운 한국의 아름다움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바지를 유니폼으로 정하지 않았다”며 “승무원의 용모ㆍ복장은 서비스 품질을 구성하는 중요 요소이자 고객 만족을 위한 기본적인 서비스 제공의 일부로 기내 안전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고 있으므로 차별이라 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부터 용모ㆍ복장 기준을 간소화하고 세부 제한조건은 삭제 또는 완화해 시행하고 있다며 다음 유니폼 교체 때 의견을 수렴해 바지를 채택할 것인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에 따라 바지를 착용하지 못하도록 한 데 대해서만 권고를 내렸다.

인권위는 “바지를 입지 못하게 하고 용모의 세세한 부분까지 규정해 획일적인 모습을 요구하는 것은 규범적인 여성의 모습과 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여성을 전제하는 것으로 성차별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며 “치마만 착용할 경우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응에 어려움이 있는 점, 다른 국내 항공사들이 바지를 선택적으로 착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한의 정도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의 한 관계자는 “이번 판단은 직무 성격상 특별히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여성 근로자에게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용모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성차별로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며 “특정 노동에 대해 여성성을 강조하는 편견이 해소되고 사회적 인식이 전환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