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한국이 일본에 강점 당한 후에 나는 일본 국민학교 (1940-1945)에 다니고 있었다. 일본이 진주만 공격 (1941-12-7)에 성공했다고 했지만 사실 미국의 항공 모함 4대는 진주만에 서 떠나 있었다. 이로써 미국과 일본의 태평양 전쟁이 시작 된다.
나는 이 때에 한국의 최 남단 제주 섬에서 살고 있었는데 전쟁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었지만 점차적으로 그 비참한 전쟁의 참혹함은 나의 인생을 좌우하고 있었다. 미드웨이 (Midway) 해전에서 일본 항공 모함 4 척을 전몰 시킨 미 해군은 진주만의 굴욕을 회복한 것이다.
“국민학교” 3-4학년 때이다. 우리는 일본 군인의 군복 차림을 하고 목총을 어깨에 짊어지고 군대 행진을 했다. 토요일이면 일본 긴자 (신사)에 참배 하러 가서 일본 천황에게 생명을 바쳐 일본 천황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다고 맹세를 했다! 그때는 이것이 민족의 굴욕이라는 것 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나의 이름은 “김치경(金致景)” 인데 어느새 “가내우미 요시하루” (金海良治, 일본 이름)가 되어 있었다. 이름과 성까지 일본이름으로 바뀌고, 한국 말과 글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한국의 역사도 없었다. 다만 일본 역사와 일본어 만이 있었다! 일본인 교장과 한국계 선생님들도 “한글은 야만민족들의 글이다”고 했다. 우리의 부모님들이 사용하고 있는 말과 글인데, 얼마나 분통이 터지는 일인가?
1945년 해방 전, 국민학교 4학년 때 일이다. 담임선생이 일본 “긴따로”의 전설을 들려주었다. 이 “긴따로”는 복숭아에서 태어나 그 마을을 지키고 영웅이 됐다는 것이다.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이야기 도중 나는 무심코 “거지 같다” 고 소리쳤다. 어떻게 사람이 복숭아 에서 태어날 수 있느냐 고 조소를 했다. 나는 한국어로 “거지 같다” 는 말을 한 죄로 교장실에 끌려가서 3시간 동안이나 무릎을 꿇고 앉아 있어야 하는 벌을 받았다.
그러나 나의 비극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1945년 8월, 어느 일요일, 어머니의 간청으로 할머니 집으로 갔는데 그 사이에 한림, 나의 고향은 미국 폭격기의 공격을 받은 것이다. 한림 항구에 일본 소 함정들이 미국의 상륙 작전에 대비해서 배치한 것을 폭격한다는 것이 빗 나가서 폭탄이 우리 집으로 떨어진 것이다. 우리 집은 완전히 파괴되고, 사촌과 많은 친구들이 죽고 말았다. 어머니는 할머니가 나를 너무나 사랑해서 신령님이 나를 살려주셨다고 통곡을 하셨다. 다음날 학교에 갔을 때 교실은 반이 비어있었다. 모두들 우느라고 공부를 할 수가 없었다.
나의 아버지는 일본 군대에 강제 중용되어 대만까지 끌려 갔고, 어머니와 내가 농사 지은 수확은 40%의 “공출”이 라고 일본 놈들이 빼앗아 갔기 때문에, 나는 집이 없는, 아버지도 없는, 음식이 모자란, 가련한 고아가 되고 말았다. 많은 날을 우리는 굶으면서 살았다. 전분 공장에서 쓰레기를 퍼다가 떡을 만들어 먹고 살아갔다.
1945년 8 월 15일, 너무나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일장기 (히노마루) 가 없어지고 태극기가 등장한 것이다. 일본국가 가 없어지고 우리의 애국가가 산천을 울리는 것이었다. 만세소리와 태극기가 신작로를 뒤 덮고 있었다. 나는 다시 김치경 (나의 조상이 지어준 이름)이 되었다.
다시 한국어와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광복절이 가져온 가장 귀중한 선물은 무엇보다도 우리의 말과 글이었다. 일본 강점기가 50년만 더 연장 되었다면 우리는 우리의 정체성을 잃고, 우리 말, 우리의 소중한 한글, 우리의 역사와 민족까지 모두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광복절에야 나는 비로서 내가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인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 동안 철저한 국제고아였던 것을 부끄럽게 여겼다. 그런데 왜 해방이 될 때까지 아무도 나에게 “너는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다”라고 가르쳐 주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을까?
한글 교육은 우리 민족의 영원한 미래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온 민족적인 사업이다. 한글과 한국어가 없어지면 우리 민족도 없어 진다. 그래서 나는 토요일 마다 골프를 치러 가는 대신 한국학교에 나와서 우리의 2세들에게 한글과 한국어를 가르치고, 그 길을 함께 걷고 있는 한국학교 선생님들에게 깊은 경의를 표한다. 이 사람들이야 말로 진정한 애국자들이 아니겠는가!
한글을 온 누리에 꽃 피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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