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영 선거담당 영사 22개월 임무 마치고 귀국
서기관 승진과 함께 중앙선관위 조사국 발령받아
한국 국적의 해외거주 동포들에게도 사상 처음으로 투표권이 주어졌던 지난해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의 업무를 총괄하기 위해 본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시애틀총영사관으로 파견됐던 김만영 영사가 임기를 마치고 이달 말 귀국한다.
지난해 서기관(4급) 승진과 함께 중앙선관위 조사국으로 발령 받은 김 영사는 22일 귀국 인사차 본보를 방문, 지난 2011년 4월부터 22개월간 근무하면서 느끼고 체험했던 재외선거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털어놨다.
김 영사는 “미국에 막상 와보니 땅덩어리가 정말로 넓었는데 해외 동포들에게 선거권을 주면서 너무 공정성에만 신경을 쓴 결과 유권자 등록이나 투표가 현실적으로 너무 힘들게 됐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물론 국회나 정부 차원에서 선거법 개정이 이뤄지겠지만 김 영사는 개인적으로 해외 한인들이 보다 쉽게 투표를 할 수 있도록 관련 법들이 개정됐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을 앞두고 막판에 영주권자들에게 이메일과 출장 등록을 허용했지만 우편 등록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역시 현재까지 공관 투표만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우편투표도 도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신분확인이 가능한 국외 이주자들은 유권자 등록 때 굳이 여권 사본을 첨부하지 않아도 될 것 고, 유권자 등록을 마친 사람들의 명부 열람기간을 확대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김영사는 덧붙였다.
김 영사는 선거업무를 마치고 귀국하면서 포틀랜드 정인홍(91) 할아버지에게 가장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정씨는 “죽기 전에 한국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겠다”며 포틀랜드에서 3시간 이상 운전하고 총영사관에 왔으나 여권을 소지하지 않아 그냥 되돌아가야 했다. 정 할아버지는 여권을 찾아 다시 총영사관에 올 계획이었지만 끝내 여권을 찾지 못해 유권자 등록을 포기해야 했다고 김 영사는 설명했다.
김 영사는 정 할아버지로부터 “아내가 사망했을 때 유품을 태우면서 내 여권까지 태워버린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여권 첨부 규정만 없었더라도 정 할아버지께서도 그렇게 소원했던 투표를 하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영사는 “밤과 낮, 주말과 주중을 가리지 않고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한인들이 투표에 참여하도록 독려했던 것이 가장 기억이 남으며, 특히 유권자 등록을 적극 도와준 한인교회와 성당 등 종교계, 한인 업소들과 언론사 등에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시애틀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재미동포들은 모두 잘살고 여유가 있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와보니 모두들 고생하며 열심히 사는 모습에 감동했다”며 “22개월 동안 베풀어주신 동포들의 호의에 대해 거듭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김 영사는 “자연이 아름답고 사람들이 좋은 시애틀은 이제 나에게는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면서 “한국을 방문하시는 동포들은 언제라도 연락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황양준기자 june66@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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