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들이 가장 열광하는 스포츠경기는 월드컵 축구다. 그 다음이 사이클경기의 올림픽이라 할 수 있는 ‘투르 드 프랑스’다. 매년 7월에 열리는 ‘투르 드 프랑스’는 알프스를 넘고 피레네 산맥을 가로 지르는 20여일 간의 사이클 경주이며 인간체력과 인내력의 한계를 테스트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 운다.
이 지옥의 레이스 ‘투르 드 프랑스’에서 일곱 번이나 우승한 선수가 있다. 미국 우체국 팀의 랜스 암스트롱이다. 더욱이 그의 첫 번째 승리는 말기암을 극복하고 이루어낸 것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눈물을 자아냈고 나도 당시(1999년) 너무 감격해서 암스트롱의 초인간적인 인내에 관해 칼럼을 쓴 적이 있다.
투르 드 프랑스에서 연달아 7회 승리한다는 것은 올림픽 마라톤에서 7회 승리 하는 것만큼이나 이루어내기 힘든 기적이다. 모든 매스컴이 그를 ‘인간 승리’의 표본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AP통신은 2002년 그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었다. 그 랜스 암스트롱이 엊그제 오프라 윈프리와의 인터뷰에서 “나의 투르 드 프랑스 우승은 엄청난 거짓말이며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메가톤급 고백을 했다. 일곱 번의 투르 드 프랑스 우승은 인간노력이 아니라 도핑(약복용)에 의한 것이었다고 털어 놓았다.
그의 도핑은 동료선수인 플로이드 랜디스(2006년 투르 드 프랑스 우승)가 2010년 “암스트롱도 도핑을 하고 있다”고 폭로한 이래 사이클 계에 번지기 시작했다. 결국 재검사 결과 암스트롱은 모든 경기 출전금지령이 내려지고 투르 드 프랑스를 포함한 14개의 챔피언 타이틀이 무효화되는 수모를 당했다. 암스트롱은 끝까지 도핑 사실을 부인해오다 이날 오프라 윈프리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약 복용을 고백한 것이다.
그러나 암스트롱은 오프라 인터뷰에서 자신이 어떤 방법으로 도핑했는지, 어떻게 당국의 혈액검사를 피할 수 있었는지, 무슨 약을 사용했는지 등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일체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 암스트롱의 팀메이트였으며 올림픽 사이클 금메달리스트인 타일러 해밀턴이 지난해 11월 출판한 ‘비밀의 레이스’에서 이를 상세히 밝혀 랜디스에 이은 제2의 암스트롱 폭로 파동을 일으켰다.
사이클 선수들은 잠자리처럼 체중이 가벼워야 한다. 그런데 투르 드 프랑스는 20여일이나 계속되는 경기인데다 알프스산 등을 넘는 험난한 경기이기 때문에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몸무게를 줄이면서 힘을 내자니 약을 복용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해밀턴에 의하면 약을 복용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 몇 달 전에 자신의 피를 미리 여러 팩 뽑아 EPO 계통의 여러 약을 섞은 후 냉장고에 보관해 놓으면 피가 순간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힘이 생겨 언덕을 올라가는 힘이 15%정도 강해진다. 경기 전 받는 소변검사 때는 손톱 밑에 특수한 약가루를 묻혀 이를 소변병에 떨어트리면 도핑흔적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들은 시베리아라는 별명을 가진 스페인 의사로부터 스타트 전날과 중간 지점에서 비밀리에 수혈을 받는다고 한다. 이 도핑과정은 수십만 달러나 들기 때문에 돈 없는 선수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한다.
암스트롱은 “왜 도핑을 하게 되었는가”라는 오프라의 질문에 “이기려는 욕심, 남에게 질 수 없다는 오만함 때문이었다”고 털어 놓으며 눈물을 글썽였다. ‘인간승리’의 상징이었던 암스트롱은 이제 ‘인간패배’의 상징으로 변해 버렸다. 사이클 계와 투르 드 프랑스에 개혁의 바람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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