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힘들었지만 한인 자긍심은 고취돼
2012년은 기대했던 것과 달리 경기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서 서북미 한인들에게도 고통이 계속된 한 해였다. 서북미 한인 1호 은행이었던 PI뱅크가 활로를 찾아 매각을 결정했고, 간판을 내려야 했던 한인업소들도 속출했다. 가슴 아픈 한인들의 사건 사고 소식도 끊이지 않았지만, 해외 한인들에게 처음으로 주어졌던 본국 참정권이 시행됐고, 신디 류 워싱턴주 하원의원이 재선에 성공해 한인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기도 했다.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2011년 한해 동안 본보를 장식한 ‘서북미 한인사회 톱 10 뉴스’를 간추린다. <편집자 주>
한인경제‘버텨내기’ 혼신
2008년 이후 5년째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서북미 한인경제는 ‘버텨내기’의 힘겨운 벼랑 끝 생존전략을 펼쳐야만 했다. 한인업소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쳤지만 마켓을 포함해 그로서리ㆍ세탁소ㆍ테리야키 등 수십개 업소들이 문을 닫는 아픔을 겪었다. E2 투자로 사업을 하다 투자금을 다 날리고 한국으로 돌아가거나 자녀교육 문제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불법체류를 결정한 가정도 적지 않았다. 연방정부의‘재정절벽’문제가 해결될 경우 2013년에는 조금이나마 나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아무튼 한인경제가 회복을 체감하기에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인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2013년 경제를 전망하기에는 너무 많은 변수들이 산재해 있다”면서 “지금은 성장이나 확장보다는 무조건 버텨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영업 전략이 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PI뱅크 간판 내리기로
서북미 최대 한인은행이었던 PI뱅크가 한인경제가 겪는 불황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지난 10월 LA에 본점을 두고 있는 BBCN뱅크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내년 1월중 주주총회 인준과 금융 당국의 승인을 거치면 PI뱅크는 창립 12년이 되는 내년 간판을 내리게 된다. 지난 2001년 11월 시애틀 지역 첫 한인은행으로 문을 열었던 PI뱅크는 성장가도를 달리다 한인 업소들이 불황으로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게 되자 부실대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결국 팔리게 되는 운명에 처했다. 지난해 최대 주주인 박우성 전 행장이 물러나고 자구책을 모색했지만 지난해에만 366만달러 적자에다 올 상반기에도 392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면서 결국 매각으로 생존을 모색하게 된 것이다. 서북미 한인사회는 제1호 은행이 간판을 내리게 돼 가슴 아파하고 있지만 PI뱅크 주주들은 미주지역 최대 한인은행에 매각돼 그나마 다행이라고 안도하는 분위기가 압도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인 2명 레이니어서 실종 사망
궂은 날씨 등으로 올해 마운트 레이니어에서 희생자가 유난히 많이 발생한 가운데 한인 남녀 2명도 실종되거나 사망해 안타까움을 줬다. 한국의 유명 빙폭 등반 산악회인 ‘크로니 산악회’의 양은석(55ㆍ오리건주 유진)씨와 진설희(54ㆍ여ㆍ서울 노원구)씨가 지난 1월 레이니어 등정에 나섰다 실종됐다. 2010년 투자이민으로 오리건 유진에 온 양씨와 한국의 중학교 교사였던 진씨는 눈폭풍 속에 등반에 나섰다 변을 당했다. 이들이 실종된 지 8개월만인 지난 9월 양씨의 시신은 레이니어 8,200피트 지점 크레바스에서 발견됐다. 진씨의 시신은 아직도 발견되지 않아 실종 상태다. 이에 앞서 ‘전화박사’로 불리는 타코마 김용준(66)씨가 한인 산악회원들과 레이니어 파라다이스 근처에서 눈신 등반에 나섰다가 눈비탈에서 미끄러져 실종됐다. 김씨는 지폐까지 태워가며 이틀 밤을 눈 속에서 지샌 뒤 49시간 만에 기적적으로 생환해 전세계 화제의 인물이 됐다.
신디 류 하원 의원 재선 성공
지난 2010년 한인여성 최초로 워싱턴주 하원에 입성했던 신디 류 의원이 지난 11월 선거에서 72.2%의 압도적 득표로 재선에 성공했다. 미국의 첫 한인여성 시장 출신인 류 의원은 2014년까지 하원의원으로 재임한다.류 의원은 미국인 유권자들로부터는 큰 지지를 받았지만 올해 워싱턴주 최대 이슈였던 동성결혼합법화에 찬성하면서 한인사회로부터는 차가운 시선을 받아 마음 고생도 했다. 동성결혼 문제를 소수자 인권 문제로 인식했고, 민주당 당론에 따라야 했던 불가피한 사정이 알려지면서 한인사회도 이해하려는 분위기가 많이 확산됐다. 류 의원은 하원의원 재선 성공에 이어 킹 카운티 의원에 새로운 도전장을 냈다. 킹 카운티 의원은 예산집행 등에서 주 하원의원보다 파워가 막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 법무장관으로 뽑힌 밥 퍼거슨 의원의 자리를 메우게 될 킹 카운티 의원 자리에 13명이 신청한 가운데 류 의원은 유일한 여성, 유일한 소수민족으로 1차 통과자 5명에 포함됐다.
한국 대선ㆍ총선에‘한 표’행사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해외에 살고 있는 한국국적의 한인들에게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에 역사적인 참정권이 주어졌다. 막판 협상을 통해 12월 대선에는 영주권자도 이메일이나 순회 유권자 등록이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불편함이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알래스카를 제외한 워싱턴ㆍ오리건ㆍ아이다호ㆍ몬태나 등 4개주의 예상 한인 유권자수는 7만8,353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4월 총선에서는 2,068명이 유권자 등록을 마치고 678명이 투표에 참여해 32.8%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12월 대선에는 3,620명이 유권자 등록을 마친 뒤 61.7%인 2,234명이 투표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전체 유권자에 비해 등록률과 투표율이 저조한 편이지만 지역 특성을 감안하면 나름대로 성공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미국 시민권을 가진 한인들이 많은 서북미지역에서 유권자수가 너무 많이 잡혔다는 지적도 따르고 있어 이에 대한 재조정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어 능력시험 성적 학점으로 인정
주류사회에 한류열풍이 적지 않게 불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주 내 2개 교육구가 한국어 능력 검정시험인 TOPIK의 성적을 제2외국어 학점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타코마교육구는 지난 5월30일 TOPIK 시험을 주관하는 국립 국제교육원과 양해각서(MOU)를 체결, TOPIK 성적에 따라 최고 3학점까지 학점을 인정해주기로 했다. 외국 교육기관이 TOPIK 성적을 공식 외국어 학점으로 인정한 것은 타코마교육구가 처음이었다. 이어 페더럴웨이 교육구도 지난 6일 타코마 교육구처럼 TOPIK 성적을 학점으로 인정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이민 오거나 유학 와서 미국 학점이 부족한 학생들이나, 한국어를 잘하는 동포학생들이 수월하게 학점을 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애틀총영사관은 미국 공립학교에서 한국어를 공식 제2외국어로 인정하도록 노력하는 한편 켄트와 에드먼즈 교육구 등과도 TOPIK 학점 인정 제도 도입을 협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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