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보여준 용병술에 몇 가지 놀라운 것들이 있다.
한때 박 캠프로부터 배신자 취급받던 김무성을 선거총괄본부장에 임명한 사실이다. 원래 김무성은 박근혜의 좌장으로 불리었으나 세종시 문제를 둘러싸고 이명박 대통령 편을 든 후 MB사람으로 개가, 당대표까지 지냈다. 이 낙인 때문에 지난 4.11총선에서는 새누리당 국회의원 공천도 받지 못해 정치생명이 끝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 김무성이 백의종군을 외치면서 몸을 아끼지 않고 뛰자 선거총괄본부장이라는 최고의 사령탑에 앉힌 것이다.
박근혜가 제일 싫어하는 것은 인간배반이다. 내가 10년 전 박근혜와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인상이다. 그는 아버지 박정희와 가장 가까웠던 측근들이 자신은 마지못해 유신을 지지했다는 등의 발언을 서슴지않는 것에 무척 쇼크를 받은 모양이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그분들은 그러면 안돼요”라고 점잖게 표현 했지만 얼굴은 한이 맺힌 표정이었다.
놀라운 것은 김무성 케이스뿐만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새누리당에서 쫓아내지 않고 끝까지 끌어안고 간 사실이다. 문재인이 ‘이명박근혜’라고 부르며 두 사람이 한통속이라고 비난하는데도 박근혜는 일체 변명을 하지 않고 감수했다. 이전의 여당 후보들과는 매우 비교되는 용감한 자세다.
한광옥 등 DJ 사람들을 중직에 임명하자 맹렬히 박근혜를 비난한 안대희 정치쇄신위원장도 어깨를 두드리고 넘어갔고 안하무인격 발언으로 평지풍파를 여러번 일으킨 김종인 국민행복 추진위원장에 대해서도 포용력을 발휘해 위기를 무사히 넘겼다. 용병술이 보통이 아니다.
박근혜는 측근들에게 의리로 대하지만 아무리 가까운 참모라도 부정에 관계되면 냉정하게 모른 채한다. 이는 아버지 박정희와 꼭 닮았다. 박정희는 참모들이 여성 관계 등 각종 스캔들을 자아내도 모른척하고 넘어갔지만 부정부패에 관련되면 엄하게 벌을 내렸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대통령 당선자마다 외쳐온 경구18번이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듯이 대통령도 주변 참모들을 둘러보면 그가 어떤 스타일의 정치인인지 윤곽이 드러난다. 이명박 대통령이 왜 실패한 대통령처럼 비치는가. 인사를 엉망으로 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보은인사로 ‘고소영 인사’(고려대, 소망교회, 영남)를 해 처음부터 권위를 잃었다. 현재까지 형님 등 18명의 측근이 감옥에 가있거나 갔다 왔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지도자는 사람을 보는 눈이 있어야 하는데 MB(이명박)는 시력이 제로에 가깝다.
대통령은 권위를 잃으면 끝이다. 될 일도 안되고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난다.‘쥐XX’로 불리는 등 갖은 모욕을 당하며 임기를 마친 MB를 보라. 서초구청장과 서울시 부시장 지낸 영포라인의 측근이 국정원 원장을 하고 있으니 북한정세 파악이 엉망일 수밖에 없다. 이는 국정원장을 정보뿐만 아니라 정치 공작책임자로 간주하고 있는 그의 철학빈곤 때문이다.
여성대통령 탄생은 새 시대의 탄생이다. 2012년은 역사적인 해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남존여비의 사상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한국에서는 여성대통령이 잘못하면 우습게 보일 가능성이 있다. 이정희 같은 극좌파들이 무슨 짓을 못하겠는가.
우습게 보이느니 차라리 불통이 낫다. 대통령의 권위는 인사에 의해 좌우된다. 대통령당선자마다 ‘인사가 만사’라고 말했지만 모두가 나눠먹기 식 보은인사에 머물러 이미지를 그르쳤다. 경제와 북한문제는 마음대로 안 되겠지만 인사에서는 대통령이 뭔가 보여줄 수 있다. 인사에서부터 권위 있는 ‘박근혜 스타일’을 보여주어야 한다. 인사가 ‘강남 스타일’처럼 흐르는 날엔 여성대통령의 권위는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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